허진호 "천성 좋은 장동건, 암기의 천재" [칸 영화제]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5.25 23: 27

허진호-장동건의 '위험한 관계'가 탄생됐다.
'위험한 관계'는 프랑스 작가 쇼데를로 드 라클로가 1782년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발몽'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등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영화화됐다. 허진호의 '위험한 관계'는 1930년대 격변의 중국 상하이를 옮겨 리메이크됐다. 장동건, 장쯔이, 장백지 등이 출연해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위험한 관계'는 제 6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아 현지에서 첫 공개됐고, 능글능글한 '작업의 달인'으로 등장하는 장동건의 표정 연기에 외국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장동건은 국적이 다르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장쯔이, 장백지와의 호흡에도 전혀 이질감없이 작품에 녹아들었다.허진호 감독의 작품인 만큼 소품, 화면 구성, 조명, 의상 등이 아름다웠고, 매혹적인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특히 허진호 감독은 장동건에 대해 "암기의 천재"라고 부르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 중국 영화로 칸에 왔는데?
▲ 자국의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영어 대사로 만들었던 '호우시절'을 한 경험이 있어서 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중국어 대사로 하니까 굉장히 어려웠는데 좀 익숙해지면서 뭔가 좋다 나쁘다란 판단을 할 수 있게 됐다. 장동건은 중국어로 80%를 연기했다. 굉장히 놀랐다. 긴 대사인데 '암기의 천재'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중국어 대사의 20% 정도를 바꿨는데, 한국말이야 대사를 바꿔도 배우가 그리 어렵지 않은데, 중국어는 다르지 않나. 대사 전체가 날라가버리고 새로 바꿨는데도 장동건은 그걸 다 외우더라. 한국에서 개봉할 때는 장동건이 직접 중국어 연기를 할 것이다. 
- 장동건이 바람둥이를 연기하는 것은 파격적인 일인데.
▲ 장동건이 처음 만났을 때 자기는 '나쁜 남자'를 하고 싶다고 했다. 장동건은 결이 참 좋은, 천성이 좋은 배우이고 영화에서 그런 역할을 많이 맡아왔다. 그런데 변화를 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영화 '친구' 같은 것을 보면 부드러움 보다는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지 않나. 이번 영화에서도 장동건의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관객들이 '이러면 (장동건을) 너무 싫어하지 않을까?' 이런다고 해도 나빠야 했다. 
- 영화 '위험한 관계'를 1930년대 상하이 배경으로 가져왔다.
▲ 원작 소설은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전으로 부패하고 화려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없는 시대가 배경이다. 1930년대 상하이와 그런 점에서 비슷하다. 굉장히 화려하고 사랑이라는 가치들을 게임으로 즐기는, 같은 시대적인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다.
- 원작의 명성 때문에 그 만큼 부담도 있었을 텐데?
▲ 처음에 제의를 받았을 때 망설였다. 그런 대단한 원작을 갖고 만드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원작 소설은 심리묘사가 상당히 좋다. 장동건과 그런 농담을 했다. '이거 우리가 먼저 읽었으면 연애 진짜 잘했을 텐데'라고. 지금 시대에 갖고 와도 전혀 손색이 없는 뛰어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만들면 더 새로울까, 고민을 했다. 같은 원작으로 영화를 만든('스캔들') 이재용 감독에게 가장 먼저 물어봤었다. 이번 '위험한 관계'가 기존 작품들과 다른 점은, 장동건과 장백지 두 인물간의 이야기를 더 만들었다는 데 있다.
- 허진호 감독의 그간 스타일과는 다소 다른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인생에서 달라지는 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  나한테는 이번 영화가 도전이었다. 안 해본 것들에 대한 도전. 이제까지 만든 영화들을 합친 것 보다 이번 영화의 컷수가 훨씬 많다. 전체적으로 완성된 영화를 보면 서로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런 것들(신뢰)이 영화를 만들어가는 구나, 란 생각을 했다. 장동건, 장백지, 장쯔이, 그리고 스태프들. 서로간의 신뢰가 굉장히 두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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