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소사의 경우는 최근 3경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운 좋게 선택할 수 있었다. 현 시점에서 구미에 맞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꿈의 무대를 밟을 수 있는 시점. 자신이 중용될 수 있는 타지의 러브콜이 당길 때는 아니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후보를 압축 중인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결정이 그리 쉽지 않은 이유다.
8개 구단 총 16명의 외국인 투수로 시작된 2012시즌. 이 가운데 한화의 브라이언 배스와 KIA의 호라시오 라미레즈가 낙마했고 SK는 4년차 외국인 투수 아킬리노 로페즈가 어깨 부상으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시즌 중 대체 외국인 선수는 KIA의 헨리 소사 뿐이다. 남은 두 팀 SK와 한화는 새 얼굴을 공식적으로 찾지 못했다.

배스와 라미레즈의 퇴출 사유는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 배스는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48.60의 기록적인(?) 스탯을 남기고 중도 하차의 비운을 맛보았다. 계투로서 10경기 2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 중이던 라미레즈는 이미 KIA가 소사를 선택한 상태에서 우완 선발 앤서니 르루를 보내려던 팀 방침이 바뀌면서 퇴출의 칼을 맞았다. 외국인 투수를 굳이 계투진에 활용하는 것이 아깝다는 이유였다.
2009년 공동 다승왕(14승) 타이틀을 획득하며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던 베테랑 로페즈는 4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하다 어깨 부상으로 인해 2군으로 내려갔다. 선발진 누수가 큰 SK의 현실을 감안했을 때 부상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다가 시즌을 그르칠 수 있는 만큼 SK는 로페즈의 회복을 기다리는 대신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찾고 있다.
그러나 현재 KIA만이 소사와의 계약에 성공하고 25일 1군에 등록해 26일 LG전 선발로 예고했을 뿐 다른 두 팀은 어느 누구를 확정짓지 못했다. 현 시점이 트리플A에서 활약하는 투수들에게 메이저리그 구단의 러브콜이 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KIA에서 뛰었으며 한화가 배스의 대체자로 눈독을 들였던 좌완 트레비스 블렉클리가 이를 잘 증명한다.
샌프란시스코 트리플A 프레스노 그리즐리스서 2012시즌을 시작했던 트레비스는 지난 2일(한국시간) 무릎 부상을 당한 좌완 제레미 아펠트를 대신해 샌프란시스코로 콜업된 바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출되었으나 트레비스는 16일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으며 현재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활약 중이다. 가능성을 보여주면 메이저리그 구단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을 때 굳이 한국 구단의 손을 잡기가 껄끄러울 시기다.
한 야구 관계자는 “SK와 한화가 낙점했던 후보들 대다수가 한국행에 난색을 표했다더라. 5월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트리플A팀의 에이스들을 주시하고 콜업을 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뒤이어 이 관계자는 KIA가 소사를 영입한 데는 운이 따랐음을 이야기했다.
“소사가 트리플A 6경기를 등판했는데 첫 3경기에서는 잘 던져 그 때는 선수 측에서 한국행을 꺼려했다. 그러나 이후 3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 팀 내 관심도가 떨어지자 KIA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휴스턴 산하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 레드 호크스에서 6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5.12를 기록했던 소사는 한국행 결정 직전 3경기서 모두 5실점 이상을 기록했다.
SK와 한화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에 대한 기대치가 큰 팀이다. 두 팀 모두 선발진 충원이 반드시 필요한 팀이기 때문. 구위와 경기 운영 능력을 두루 갖춘 선발 투수를 찾아야 하는 데 그 정도 기량을 갖춘 투수라면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가만둘 리 없다. 결국 미국에서 일찌감치 메이저리그 승격 가능성을 닫아 둔 선수를 찾아야 하는 데 이 경우에는 팀의 구미에 맞지 않는다.
또한 한국 구단들 만이 미국으로 시선을 집중해 외국인 투수를 찾아보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시즌 중 대체 외국인 선수에 대한 레이더망을 가동 중이다. 국내 구단이 외국인 선수에게 월봉을 지급해 중도 퇴출될 경우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볼 수 있는 반면 일본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에게 연봉을 일시불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선수가 만약 시즌 도중 기량 미달이나 부상으로 떠나게 되어도 금액 측면에서는 일본에서 뛰는 것이 훨씬 도움되는 것도 사실이다.
관계자는 “올스타 브레이크 시점이나 되어야 국내 구단들이 원하는 기량의 투수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SK와 한화의 새 외국인 투수 찾기가 쉽지 않음을 예상했다. 외국인 투수 한 명으로 현재 시즌을 치르고 있는 SK와 한화. 그만큼 팀 내 투수들의 분전과 각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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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페즈-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