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불운이다. 데뷔 후 이 정도로 승수 쌓기가 느린 것도 처음이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5)이 압도적인 피칭에도 불운 속에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25일 목동 넥센전에서 7이닝 동안 125개 공을 던지며 6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2실점 역투했지만 수비와 불펜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해 9경기에 등판한 류현진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투구이닝(63)과 탈삼진(80개)에 3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2.57)을 기록하고 있지만 2승3패에 그치고 있다. 7차례 퀄리티 스타트 그것도 6차례의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피칭에도 승보다 패가 더 많다.
류현진의 올해 9이닝당 득점 지원은 평균 3.86점으로 평균자책점(2.57)보다 1점 더 많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광주 KIA전에서 8점, 15일 대전 롯데전에서 7점을 한꺼번에 지원받았을 뿐 나머지 7경기는 4점 이하였다. 2~4득점이 1차례씩 있는 가운데 1득점 3차례에 무득점도 1차례 있었다. 기본적으로 타선의 지원을 크게 받지 못했다. 9경기 중 5경기에서 2득점 이하 지원을 받았으니 2점 이상 주면 어려운 경기할 수밖에 없었다.

불안한 수비도 한 몫 했다. 올해 한화가 기록한 실책 32개 중 5개가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을 때 나왔다. 에이스답게 류현진은 실책에도 실점으로 연결된 건 한 번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록되지 않은 실책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도 적지 않다. 넥센전에서도 하주석의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류현진의 발목을 잡았다. 이날 경기에서는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의 블론세이브로 불펜에서 시즌 처음으로 류현진의 선발승을 날려버렸다.
연이은 불운 속에 류현진의 승수 쌓기 속도도 지난 2006년 데뷔 후 가장 느리다. 5월26일 기준으로 할 때 성적이 가장 처진다. 2006년 6승1패(2.80), 2007년 5승3패(3.55), 2008년 5승3패(3.32), 2009년 6승1패(4.06), 2010년 7승2패(1.85)로 매년 이맘때 5승 이상을 기본으로 거둔 류현진은 지난해 4승5패로 주춤했지만 평균자책점 3.91로 그답지 않게 투구내용 자체가 상대를 압도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도 4승으로 체면치레했다.
중요한 건 올해 류현진이 데뷔 후 손에 꼽을 만큼 투구내용이 수준급이라는 점이다. 이 시기 탈삼진 80개는 데뷔 후 가장 빠른 페이스이고, 평균자책점은 2010년(1.85) 다음으로 낮다. 9경기에서 7차례 퀄리티 스타트도 2010년(10경기·10QS) 다음 높은 확률이다. 그런데 지독할 만큼 승운이 따르지 않는 바람에 여전히 2승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팀으로나 개인으로나 상당한 손해다. 한화는 류현진이 나온 9경기에서 4승5패로 5할 승률이 안 된다.
류현진의 최소경기 100승 도전에도 제동이 걸렸다. 프로야구 역대 최소경기 100승은 김시진 넥센 감독이 갖고 있는 186경기. 통산 172경기에서 91승을 올린 류현진은 앞으로 14경기에서 9승을 올려야 최소경기 100승 타이 기록을 수립할 수 있다. 단독 기록이 되기 위해서는 13경기에서 9승을 올려야 한다. 현재 류현진의 구위라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주변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류현진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그래도 류현진은 웃는다. 넥센전에서 아쉽게 승리를 날렸지만 "내가 던진 경기에서 연패를 끊어 다행이다. (하)주석이 실수는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던졌다"는 말로 기죽어있을 후배를 감싸안으며 팀의 6연패 탈출을 함께 기뻐했다. 이제는 팀원들이 류현진을 도와야 한다. 류현진은 "최소경기 100승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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