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도루도 열심히 하겠다" 허언 아니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5.26 06: 41

누구도 예상치 못한 그림이었다.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고의4구로 나가 단독 2루 도루 그리고 이어진 결승 득점까지. 연장 10회초 승부를 가져온 건 4번타자의 존재감과 발이었다. 한화 4번타자 바로 김태균(30)이었다. 
김태균은 지난 25일 목동 넥센전에서 연장 10회초 2사 후 주자없는 상황에서 고의4구로 출루했다. 주자없는 상황이었지만 큰 것 한 방에 부담을 느낀 넥센 강윤구-최경철 배터리는 고의4구로 김태균을 걸렀다. 5번타자 최진행이 수비 중 교체돼 경기에 빠진 만큼 김태균을 충분히 거를 만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게 화근이 될 줄은 몰랐다. 
2사 1루 이학준 타석. 볼카운트 1B1S에서 강윤구가 3구를 던지는 순간. 1루 주자 김태균이 갑자기 2루를 향해 질풍같이 내달렸다. 강윤구는 전혀 눈치조차 채지 못하며 이학준의 몸쪽으로 공을 던졌고, 공을 받은 포수 최경철도 뒤늦게 모션만 취했을 뿐 송구를 하지도 못했다. 김태균은 유유히 벤트레그 슬라이딩으로 2루 베이스를 파고들었다. 시즌 두 번째 도루. 

김태균은 지난달 15일 문학 SK전에서 2-8로 뒤진 6회초 걸어서 2루에 들어가는 무관심에 가까운 도루를 기록한 적이 있지만 이날 경기 도루는 질적으로 달랐다. 연장 10회 4-4 팽팽한 동점 상황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도루로 맥빠지게 만들었다. 시즌 피안타율(0.222)보다 득점권 피안타율(0.286)이 높은 강윤구를 강하게 압박하는 도루였다. 결국 강윤구는 이학준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준 뒤 백승룡에게 결승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결승 득점 과정도 극적이었다. 백승룡이 가볍게 밀어친 타구가 우익수 유한준에게로 향했고, 2루 주자 김태균은 3루를 지나 홈으로 파고들었다. 타이밍상 쉽지 않았지만 김태균은 홈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했고, 팔꿈치 수술 후 재활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은 유한준의 송구는 정확도와 스피드가 떨어졌다. 김태균의 발이 먼저 홈 베이스를 스쳤고 이는 한화의 6연패 탈출을 이끈 천금의 결승 득점이 됐다. 김태균의 발이 한화를 구한 것이다. 
김태균의 이날 도루는 10시즌 통산 20번째 도루. '프로필상' 100kg의 거구 김태균은 날렵한 시절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방망이로 멀리 치고 천천히 뛰는 전형적인 장타자였다. 하지만 지난해 역대 최고 연봉 15억원으로 복귀하며 도루에도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한화 복귀 입단식에서 김태균은 "연봉을 많이 받게 됐으니 도루도 열심히 해야 겠다"고 말했는데 결정적인 순간 도루로 기여하며 자신의 말을 지켰다. 
김태균은 "연봉을 떠나 기본적인 플레이에는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세이프가 가능한 타이밍이라면 언제든 전력으로 달릴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타격 뿐만 아니라 수비와 주루까지 어떤 플레이를 통해서라도 팀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올해 4할대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팀이 최하위로 추락하며 그의 책임감은 더욱 커졌다. "4번타자로서 많이 부족하다. 팀 성적이 안 좋은 건 4번타자가 제 몫을 못해줘서다"는 게 김태균의 말이다. 누구보다 팀을 먼저 생각한다. 
김태균의 절실함이 담긴 도루와 혼신의 베이스러닝은 아직 한화가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4번타자란 그저 잘 치는 게 전부가 아니다. 때로는 팀의 투지와 기백도 보여줘야 한다. "도루도 열심히 하겠다"는 농담 같은 말을 지킨 김태균이 있어 한화는 만만히 볼 수 없다. 그는 "어떻게든 팀에 더 보탬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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