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 대한 애정은 뜨거웠다.
한국시리즈 통산 10번의 우승을 달성했던 김응룡 전 삼성사장이 26일 광주구장을 찾아 이종범의 은퇴식을 빛냈다. 전날 광주에 내려와 지인들을 만나고 이날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행사시작 1시간 전에 야구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예전 타이거즈 식구들과도 반갑게 해후했다.
김응룡 전 사장은 해태에서 83년부터 2000년까지 18년동안 감독으로 재임했다. 그 가운데 9번 우승을 차지하면서 타이거즈 왕조를 건설했다. 특히 93년 이종범이 입단하자 주전 유격수로 기용했고 야구천재로 발현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이종범도 가장 존경하는 스승으로 김응룡 전 사장을 꼽았다.

김 전 사장은 해태 감독시절 "이종범은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면 잘하는 선수이다"며 독특한 기용법을 밝혔다. 그리고 이종범이 5년동안 세 차례의 우승을 이끌자 "20승 투수와도 바꿀 수 없다"면서 극찬했다. 그리고 이종범이 97시즌을 마치고 주니치에 입단하자 "동렬이고 없고, 종범이도 없고"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김 전사장은 "얼마전 서울에서 종범이가 식사에 초대해 맛있는 회를 먹었다. 원래 일본에 있을 때부터 잘 안되면 나에게 전화를 하던 아이였다. 올해까지는 쉬겠지만 반드시 KIA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 전 사장은 식전행사에 참석해 그라운드에 올라가 이종범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면서 제자의 은퇴에 대한 아쉬움을 대신했다. 김 전 사장이 그라운드에 나타나자 팬들은 대환호성으로 답했다. 타이거즈 V9 명장에 대한 예우였다. 머리숙여 인사한 이종범은 김 전사장의 허리를 손으로 휘감고 촬영 포즈를 취해 선수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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