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의 마음으로 던지고 뛰고 쳤다.
26일 이종범의 은퇴식이 열린 광주구장. KIA 선수들은 모두 7번의 배번과 이종범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파격이었다. 은퇴식 선수의 이름과 배번을 모든 선수가 입고 경기에 나선 경우는 없었다. 은퇴 헌정경기였다.
KBO에서 한국야구에 공헌한 이종범을 위해 특별히 허용했다. 물론 상대팀도 수용했다. 선수들은 마치 이종범처럼 방망이를 잡고 휘둘렀다. 이종범처럼 글러브를 끼고 몸을 날렸다. 그리고 이종범처럼 그라운드를 달렸고 이종범처럼 볼을 던졌다.모두가 이종범이었고 6-5 재역전승을 거두었다.

이종범은 현역시절 상대의 빈틈이 생기면 어김없이 루를 노렸다. 최희섭이 이날은 이종범이 되었다. 4회말 좌익수 옆으로 타구를 날린 뒤 2루까지 바람처럼 질주했다. 동점을 만드는 발판을 놓았다. 필요한 한 점을 만들어준 이종범이었다. 그러고는 2루까지 뛰다 현기증이 났을까. 그는 머리가 어지럽다면서 도중 교체됐다.
이종범은 찬스에도 강했다. 벼락같은 스윙으로 장타를 날리거나 득점타를 날렸다. 톱타자로 70~80타점을 기록했던 그였다. 7회말 2사 1,2루에서 김원섭이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루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질풍처럼 3루에 도착한 뒤 주먹을 불끈 쥐었던 김원섭. 그도 이종범을 보는 듯 했다.
이종범은 주니치 시절 최강의 2번타자였다. 득점의 발판을 놓는 징검다리 노릇을 톡톡히 했다. 김선빈은 2-2이던 5회말 1사1루에서 좌전안타를 날려 주자를 3루까지 진출시켰고 득점의 징검다리를 놓았다. 7회 2사 1루에서는 우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날려 역전의 발판이 됐다.
이종범은 포기를 하지 않았다. 끈질기고 위기에서 팀을 구해냈다. 1번타자이지만 상대투수들이 가장 무서워한 이유였다. 5-5로 팽행한 8회말 KIA는 2사3루에서 송산은 LG의 필승맨 유원상의 초구를 그대로 끌어당겨 펜스까지 굴러가는 2루타를 날렸다. 승리를 안는 귀중한 결승타였다.
송산은 "이종범 선배의 은퇴식에서 결승타를 쳐 너무 기쁘다"고 감격했다. 9회초 소방수 한기주가 마지막 타자 정성훈을 삼진으로 잡았고 헌정경기는 극적인 승리로 이어졌다. 모두 전설 이종범을 위해 이종범이 거둔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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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