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바람의 아들, 안녕! 야구천재.
KIA 소방수 한기주가 정성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6-5로 승리한 뒤 광주구장의 조명탑은 꺼졌다. 팬들이 학수고대하던 이종범 은퇴식의 공식행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컴컴해진 관중석은 야광 불빛으로 뒤덮여 장관을 연출했다.
그라운드에 조명이 비추는 순간 하늘에서 패러글라이딩이 나타났다. 관중석에서 우와~하는 함성소리가 들끓었다. 그러나 패러글래딩은 불꽃을 터트리면서 축구장 너머로 날아가 관중들은 영문을 몰랐다. 그러나 이종범을 태운 패러글래딩은 곧바로 다시 그라운데 돌아와 가뿐히 안착했다. 이종범이 내리자 다시 관중석은 환호성과 박수소리로 넘쳐났다.

이종범의 일생이 담긴 영상물이 상영되었고 관중들은 숙연한 마음으로 영상을 관전했다. 이어 이종범의 모교인 서림초등학교, 충장 중학교, 광주일고, 건국 대학교의 채집한 흙을 전달했다. 프로에서 이종범을 지도했던 김응룡 전 삼성사장, 김성한 전 KIA 감독, 선동렬 KIA감독이 나란히 마운드에 올라 무등야구장의 흙을 전달했다. 순간 밤하늘에는 축포가 터지며서 무등야구장은 다시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이어 함께 대표팀에서 활약하거나 그라운드에서 경쟁했던 박찬호, 이병규, 이승엽, 김동주와 주니치 시절 동료이 야마모토 마사, 야마사키 다케시 등이 영상으로 격려 메시지를 보내왔다. 손지창, 이수근, 송지효도 따뜻한 축하의 말을 보내왔다. 모두 야구인 이종범을 칭송했고 사회인으로서 더 멋진 삶은 보내기를 바라는 메시지였다.

눈물의 시간도 찾아왔다. 이종범이 유니폼을 반납하는 시간이 찾아오자 팬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종범은 배번 7번이 박힌 웃옷을 벗어 김조호 KIA 단장에네 건넸다. 순간 이종범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 유니폼은 양해영 KBO 사무총장에게 건네졌고 한국야구역사 박물관에 영구 보관한다.
마이크를 잡은 김조호 단장은 "한국야구의 영원한 전설 백넘버 7번을 영구결번으로 선언합니다"고 말했고 그 순간 전광판에서 이종범의 배번 7번이 박힌 대형 유니폼 두 개가 내걸렸다. 이로써 이종범의 7번은 선동렬 감독의 18번에 이어 영구결번되었다.
드디어 이별의 시간. 그는 고별사를 통해 "34년간 손에 쥐었던 글러브와 배트를 내려놓고 그라운드를 떠나려 합니다. 만감이 교차하지만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출발점입니다. 언젠가 다시 타이거즈 유니폼을 이고 여러분들과 함께 할 것을 약속하겠습니다"고 약속했다. 이종범은 고별사를 울음을 참으면서 읽어내려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게햇다.
고별사를 마친 이종범은 구단이 마련한 차량에 탑승해 그라운드 퍼레이드를 벌였다. 이종범과 함께 뛰었던 후배선수들이 이종범 은퇴 기념 티셔츠를 입고 에스코트했다. 관중들은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전설 이종범과의 고별을 마감했다. 오색 불꽃쇼가 펼쳐졌고 이종범은 마지막으로 관중들에게 큰 절을 올렸다.
동료들은 모두 그라운드에 모여 이종범의 헹가래를 했다. 관중들은 이종범! 이종범!을 연호하며 이종범과 마지막 고별을 아쉬워했다. 이종범은 덕아웃으로 돌아와 도열한 후배들과 일일히 포옹하면 작별했다. 마지막으로 선동렬 감독과는 긴 시간 포옹하는 장면도 보여주었다.
이날 은퇴식은 세련된 연출과 알찬 내용으로 전설 이종범의 고별식을 아름답게 채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KIA 구단은 은퇴를 결정하자 최고의 고별식을 마련하기 위해 면밀한 계획을 세웠고 팬들에게 감동과 추억을 안겨주었다 KIA 구단 측은 "한국야구의 최고 스타가 떠나는 무대이다. 그에게 평생 기억을 남을 은퇴식을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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