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드로겟이 더욱 무서운 이유, '이타심'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2.05.27 07: 45

이타적인 '언니'의 합류로 전북의 '닥공'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전북은 지난 26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14라운드 수원 삼성과 경기서 3-0의 완승을 챙겼다. 이날 승리의 일등 공신은 바로 '언니' 드로겟(30, 칠레). 2골을 몰아친 그는 수원의 수비진을 괴롭히면서 전북의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5분 이동국이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연결한 패스 때 드로겟은 수비수를 속이는 볼 트래핑을 한 뒤 왼발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또 드로겟은 후반 27분 쐐기포를 터트렸다. 오른쪽에서 전광환이 올린 크로스를 이동국이 머리로 떨궈주자 오른발로 잡아 놓은 뒤 상대 골키퍼 정성룡의 의표를 찌른 한 박자 빠른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한 것. 이날 드로겟은 자신의 주된 사용발인 왼발로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경기를 펼치면서 자신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드로겟은 이날 전북이 뽑아낸 3골에 모두 관여했다. 서상민이 팀의 두 번째 골을 터트릴 당시 정성룡이 겨우 막아낸 프리킥을 드로겟이 찼다. 무지막지한 파워가 넘치는 프리킥은 아니지만 감각적인 슈팅을 선보이면서 왼발로 전북의 3골을 모두 이끌어 냈다.
올 시즌 팀에 합류할 때 드로겟은 큰 기대를 받았다. '왼발 에닝요'라는 기대감을 받으면서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제 위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동계훈련이 부족한 드로겟은 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기장에서도 제대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서서히 팀에 녹아 들면서 드로겟은 초반의 기대처럼 활약을 펼치고 있다. 비교적 교체 출전이 많았던 드로겟은 점점 경기력을 끌어 올리면서 어느새 주전의 대열에 올라섰다. 특히 그는 ACL 광저우 에버그란데 원정 경기서 팀의 기적과 같은 역전승을 일궈내면서 대단한 활약을 선보였다.
최근 경기서도 그의 활약은 빛났다. 울산전에서도 골 맛을 봤고 상주전에서는 2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했다. 또 수원과 경기서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빠른 스피드와 영리한 두뇌 플레이를 통해 수원의 수비진을 말 그대로 유린했다.
드로겟의 활약으로 전북은 더욱 공격적인 축구를 펼칠 수 있게 됐다. 드로겟이 그동안 팀에서 보기 힘들었던 왼발 능력을 가졌기 때문. 드로겟은 왼발킥 능력과 함께 문전에서 침착한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전북 공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타적이라는 사실. 자신에게 절호의 기회가 왔을 때는 주저없이 득점을 노리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동료들에게 결정을 넘긴다. 더 좋은 찬스를 맞이한 동료에게는 주저없이 패스를 이어준다는 말.
드로겟은 경기 후 “모든 선수들의 꿈은 국가대표다. 나는 국가대표를 경험해 봤다. 칠레 대표팀에서 다시 콜이 와도 하고 싶지 않다. 지금 소속된 팀에서 열심히 하고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축구에 집중하기 위해 가족들을 한국으로 부르지 않고 있다. 확실한 모습을 보이기 전까지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격적 재능이 뛰어난 선수는 이기적인 경우가 많다. 특히 칠레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던 드로겟이기에 욕심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칠레의 국가대표보다 전북의 일원으로 남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그만큼 이타적인 능력을 선보이며 '닥공'의 새로운 일원으로 합류하게 됐다.
10bird@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