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팬의 야유에도 흥분하지 않은 조성환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2.05.27 08: 05

흥분하지 않는다. 그러나 투쟁심은 분명하다. 바로 전북 캡틴 조성환(30)의 이야기다.
전북 현대는 지난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14라운드 수원 삼성과 경기서 3-0의 완승을 챙겼다. 이날 승리가 누구보다 기뻤던 선수가 있었다. 바로 전북 수비의 핵이자 주장인 조성환. 지난 2001년 수원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05년까지 뛰었다. 대형 수비수로 기대를 받았지만 그만큼의 능력을 보이지 못했다.
포항으로 이적했지만 여전히 가능성을 가진 선수에 머물렀다. 특히 그라운드에 나설 때 '두 얼굴의 사나이'가 되면서 파울이 늘어났기 때문. 당시 포항을 이끌었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그에게 "진정제를 놔주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일본 J리그로 진출했던 그는 2010년 전북에 입단했다. 불안한 수비진을 해결하기 위해 최강희 전 감독이 선택한 카드. 그해 조성환은 11경기에 나서 2골을 기록했다. 많은 활약은 아니었지만 중요할 때 골까지 터트리면서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해냈다. 지난해에는 주장으로 팀 중앙 수비수로 큰 활약을 선보이며 우승을 이끌었지만 경고를 12개나 받았다. 직접 퇴장은 없었지만 불안한 것은 사실. 
이번 수원전을 앞두고 전북 이흥실 감독대행은 취재진과 만나 "조성환이 오늘은 여유를 가지고 임할 것이다. 오늘은 (경기 내내) 웃고만 있을 것이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참아야 승리가 온다는 점을 조성환에게 주입시켰다는 뜻이다.
이흥실 대행은 "수원 라돈치치나 다른 공격수들이 말로 약을 올려도 웃을 것이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처럼 (조)성환이의 달라진 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흥실 대행의 말처럼 조성환은 수비의 중심 역할을 펼치면서 수원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단조로운 수원의 공격이지만 타점 높은 스테보와 라돈치치를 잘 막아내면서 실점 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특히 이날 조성환은 경기 도중 크게 흥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팬들에게 자신의 흥분을 돋궈 달라는 제스처를 선보였다. 전북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더!더!'라고 외쳤다. 조성환의 반응에 전북 서포터스들은 큰 함성을 보냈고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또 조성환은 수원팬들의 도발에도 개의치 않았다. 후반 막판 헤딩 경합 후 착지 도중 넘어지면서 부상을 당해 김상식과 교체될 때 수원의 원정팬들은 "집으로 가라"고 외쳤다. 하지만 조성환은 담담하게 받아 들이면서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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