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넥센의 5월 25일 목동경기는 1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명승부였습니다.
이날의 주역은 6연패 중인 최하위 이글스와 8연승을 질주하다가 LG에게 한 차례 제동이 걸렸으나 여전히 1위인 히어로즈입니다. 올해는 맞대결에서 2승1패로 앞섰던 넥센으로 연패를 하면 기세가 꺾일 수 있기에 총력전을 다짐한 히어로즈가 유리하게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까지 4년간 양팀의 대결에서는 이글스가 43승32패로 우세였고 이날의 선발투수가 메이러리그에서 탐내는 류현진(25)이어서 마운드 대결에서는 승산이 높았습니다.

넥센의 선발은 메이저리그에서 9년간 54승 60패 86세이브, 평균자책점 4.42를 올린 베테랑 잠수함 투수 김병현(33)입니다.
김병현과 류현진이 맞붙는다고 예고돼 1만2,500명을 수용하는 목동구장은 올해 7번째로 만원사례를 이루었습니다.
▲김병현 다짜고짜 몸에 맞히고 볼넷, 폭투 4개로 한점 내줘
김병현이 한화 1번타자를 범타로 처리했지만 2, 3번타자는 잇따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고 4번은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어준 다음 5번타자에게 폭투를 던져 1점을 먼저 내주어 준비가 덜 됐슴을 보여줘 일방적으로 기울 것으로 지레 짐작됐습니다.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경기 때보다 더 긴장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2회 이후는 첫 안타를 때리고 나간 오선진을 1루 견제사로 잡은 다음 안정돼 6회까지 총 피안타 2개, 탈삼진 5개, 폭투 2개를 기록하고 1실점으로 팀이 2-1로 리드한 가운데 내려 와 “역시나!” 소리가 나왔습니다.
▲류현진 잘 던지고도 뒤진 채 내려와
올해 2승3패 밖에 올리지 못했으나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투수 류현진은 다른 경기보다 더 신중하게 타자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전력투구로 최고의 구질을 보여주었습니다. 5회에 류현진은 홈런왕 강정호에게 외야수들이 판단착오로 범하며 내준 빗맞은 2루타를 허용하고 지석훈에게 적시타를 맞아 동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다음 6회에는 새로운 강타자 박병호한테 먹힌 중전적시타를 맞는 바람에 또 한 점을 더 허용했으나 투구의 위력이 대단했습니다.
7이닝 6 피안타, 2 사사구, 10 탈삼진 2실점입니다.
▲최진행 역전 투런을 바티스타 불 태워
한화는 8회에 넥센의 세번째 투수 좌완 오재영을 상대로 대타로 기용된 오재필과 장성호가 연달아 안타를 때리고 김태균은 희생타를 날려 2-2, 동점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4월 한달 죽을 쒀 잠시 2군에도 내려갔던 최진행이 1사 1루 상황에서 통렬한 역전 투런 홈런을 넘깁니다.
한대화 감독이 30년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최종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터뜨린 8회 환상의 스리런과 같은 이닝에 터진 것입니다.
4-2, 두점차로 2 이닝만 막으면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한대화 감독은 8회부터 외국인 투수 바티스타를 등판 시킵니다.
바티스타가 롤러코스타를 타지만 대체할 선수가 없어 9회 마지막까지 소방수 몫을 해달라고 기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소방수는 커녕 불안감을 주기 일쑤인 바티스타는 아니나 다를까 올라오자마자 볼넷 세개를 내주는 바람에 4-4, 동점을 허용하고 연장에 들어갑니다.
▲발 느린 김태균 빠른 발로 결승점…홈런왕 강정호는 병살타
연장 10회초 넥센의 김시진 감독은 마운드에 강윤구를 올려보냅니다. 좌완 강윤구는 4년차 신진급이지만 올해는 선발투수로만 자리잡은 유망주인데 마무리로 내보낸 것입니다.
한화는 오재필, 양성우가 강윤구에게 삼진을 당하고 김태균이 나서자 4할대 타율에 장타도 불붙기 시작한 그의 펀치력을 의식한 김시진 감독은 그를 걸려서 내보냅니다.
여기서 보기힘든 장면이 나옵니다. 몸무게 100kg으로 1년에 한 두개 도루를 기록하는 김태균이 도루를 시도, 성공한 것입니다. 2사 2루.
그러자 강윤구는 흔들렸는지 다음 핀치히터 이학준에게 또다시 볼넷을 내주어 2사 1, 2루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타자 백승룡에게는 우전적시타를 맞았습니다. 우익수 유한준 앞에 원바운드로 떨어지는 짧은 안타였는데 2루에 있던 느린(?) 김태균이 전력을 다해 뛰어들어와 5-4로 만듭니다. 백승룡이 풀카운트이고 투아웃이어서 김태균은 다른 때보다 더 빨리 스타트를 끊은 덕분입니다.
헛점을 찔린 넥센은 10회말 1사후 박병호가 다시 안타를 때려 기회를 만듭니다. 그리고 나선 타자는 홈런왕 강정호. 바티스타 대신 나선 한화의 마무리는 마일영. 우타자 강정호는 올해 좌투수로부터 4할6푼대의 엄청나게 높은 타율로 유리하게 보였으나 그의 강습 땅볼 타구는 5→4→3으로 이어진 병살타가 돼 순식간 경기는 3시간 48분만에 끝납니다.
넥센에게 이날 경기는 기억하기 싫을 수도 있겠지만 야구인들이나 팬들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명승부로 남을 것입니다. 그냥 멋진 경기가 아니라 좀처럼 나오기 어려운 주인공이 다수 출연했고 그들이 평소와는 다른 모습도 보이면서 역전과 동점, 역전을 거듭한 반전 드라마로 명승부로 기억될 것입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