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면 사샤 원톱’, 신태용의 임기응변
OSEN 이두원 기자
발행 2012.05.27 09: 37

지난 26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K리그 14라운드 성남 일화와 대구 FC전은 성남 신태용 감독이 그 험하다는 K리그에서 왜 3년 넘게 롱런을 하고 있는지 잘 설명해 주는 경기였다.
첫 번째 이유는 선발 라인업에서 찾을 수 있었다. 2012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조 1위를 차지한 성남은 14라운드 대구전을 마친 뒤 곧바로 오는 29일 홈에서 부뇨드코르와 16강 단판 승부를 벌인다.
부뇨드코르 관계자들이 이미 입국해 성남의 경기를 지켜보는 상황이었기에 성남으로선 전력을 어느 정도 숨길 만도 했다. 그러나 신 감독은 이에 아랑곳 않고 3일 후 출전할 베스트멤버를 모두 내보내 대구전을 맞았다. 리그 성적을 감안했을 때 대구전 역시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보는 이에 따라 무모하단 생각이 들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신 감독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사령탑으로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는 “한 자리 정도만 빼면 오늘 대구전 멤버가 거의 그대로 부뇨드코르전에 출전한다고 보면 된다. 지난주 경남에 패해 힘들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전력 노출에 대한 생각도 안 한 건 아니다. 그러나 여기도(리그) 급한 상황이라 베스트멤버를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대구전에 출전한 멤버 중 대다수가 지난 23일 수원시청과 FA컵에까지 출전, 체력적인 부담이 만만찮은 상황이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신 감독이었지만 대구전 역시 놓칠 수 없다는 ‘올인’이라는 모험을 건 셈이었고 팀에 ‘결단’이 필요한 순간, 감독으로서 과감히 실행으로 옮기는 공격적인 판단이 눈에 띄는 장면이었다.
전반 막판 윤빛가람이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 후반 사샤를 원톱으로 기용한 깜짝 용병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예상치 못한 퇴장에 준비했던 시나리오가 모두 꼬이게 됐는데, 신태용 감독은 높이와 힘을 갖춘 사샤를 후반 중반 이후부터 최전방 자리에 넣는 깜짝 전술을 선보였다.
한 명이 부족한 수적 열세 속에서도 그 상황에서 팀이 이길 수 있는 최적의 안을 찾아 실행한 것이었다. 요반치치가 경고누적으로 못 나오는 상황에서 높이를 갖춘 사샤를 전방으로 올린 보는 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용병술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전반 끝나고 사샤에게 후반 20~25분부터 원톱으로 기용할 테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한 명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높이에선 우리가 유리하다고 봤다. 고공 플레이를 하다 보면 사샤에 상대 수비가 밀집되게 되고 그럼 양쪽의 한상운, 홍철 등에게 기회가 날 것으로 생각했다”며 사전에 미리 생각한 수였음을 밝혔다.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사샤는 후반 37분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등 신 감독의 예상처럼 전방에서 상당히 위협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기대에 부응했다.
과감한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결과(0-0)가 따라주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신태용 감독의 임기응변 및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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