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외국)에 있으면 다들 애국자가 되요".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스위스 이베르동 레 방에서 스페인과 평가전, 카타르·레바논과 월드컵 최종예선을 위한 전지훈련에 들어갔다. 최 감독은 일단 스페인전보다는 월드컵 출전이 결정되는 최종예선에 초점을 맞춰 짧은 시간이지만 대표팀의 전력과 조직력을 극대화시킨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베르동 레 방은 최 감독의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한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숙소에서 훈련장 스타드 뮈니시팔로 이동하는 시간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고, 훈련을 실시할 때의 기온은 26도 정도까지 올라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지 않는데 최고였다. 또한 구름이 하나도 없는 날씨로 인해 햇볕이 매우 따가워 중동에서 경기를 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도 했다.

다만 대표팀을 알아보고 응원을 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훈련장에서의 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대표팀에 독이 될 수 있지만, 알아보는 이가 한 명도 없는 것은 '이곳이 확실히 외국이구나'하는 등 외로운 느낌을 들게 했다.
하지만 훈련 2일째에는 대표팀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가 있었다. 눈동자 색이 다른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었다. 자신을 인근 대학에서 경영학을 배우는 교환학생이라고 소개한 강소미씨가 그 주인공. 인구 2만 5천여명의 이베르동 레 방에 거주하는 몇 안되는 한국인이었다.
강소미씨는 대표팀이 스위스에 온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훈련 장소가 자신이 사는 이베르동 레 방인지는 몰랐다고 한다. 단지 아침에 기사를 통해 확인하고 대표팀을 찾기 위해 훈련장을 찾은 것. 당연히 훈련시간을 몰랐다. 대표팀의 훈련은 4시부터였지만 강소미씨는 낮 12시부터 훈련장인 스타드 뮈니시팔에 찾았다. 대표팀을 무작정 기다리다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대표팀의 버스가 주차된다는 표시를 보고 다시 찾아 기다렸다.
매우 극성인 팬 같아 보였지만 강소미씨는 대표팀 선수들의 이름도 모르는 초보팬이었다. 기껏해야 대표팀에서 유명한 축에 속하는 기성용과 구자철의 이름을 들어본 정도에 불과했다. 강소미씨는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의 얼굴이라도 익히기 위해 훈련장을 찾았다고 했다.
강소미씨는 "대표팀이 스위스에서 경기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일찌감치 입장권을 사고 기다리고 있었다. 선수들이 좋다기 보다는 여기(외국)에 있으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며 선수 개개인이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팀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찾은 것이라고 밝혔다.
비록 훈련장을 찾지는 못했지만 강소미씨와 같은 팬들은 한 두 명이 아니었다. 강소미씨는 "유명한 유럽여행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다. 스위스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 유럽을 여행중인 사람들이 이미 많이 뭉쳐서 경기장을 찾기로 약속했다"고 전하며, "개인적으로 다 같이 응원하는 것을 원해서 골대 뒤쪽의 표를 구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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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르동 레 방=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