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1군 무대의 높은 벽과 마주한 것일까.
개막 2연전 깜짝 선발투수로 등판, 시즌 초 LG 상승세를 이끈 좌완 선발투수 이승우(24)가 5연패에 빠졌다.
이승우는 지난 4일 두산전부터 27일 KIA전까지 선발 등판한 다섯 경기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이로써 이승우는 올 시즌 선발투수로 나선 8경기에서 한 차례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하며 5패만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이전까지 이승우는 1군 무대 통산 13이닝만 던진 무명투수였다. 2007년 LG에 2차 3라운드 19순위로 입단했지만 좀처럼 1군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고 경찰청 복무 마지막 해인 작년에는 팔꿈치 수술로 재활에 집중, 겨울 전지훈련도 참가하지 못했다.
또다시 1군 마운드와 멀어지는 것 같았지만 반전은 일어났다. 빠른 재활 페이스로 선발로테이션에 합류, 4월 8일 삼성전에서 4⅔이닝 무실점을 올렸고 다음 선발 등판인 4월 19일 한화전도 5⅔이닝 무실점으로 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였다. 140km를 상회하는 빠른 공을 던지지는 않지만 땅볼 유도에 용이한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과 커브를 정교한 컨트롤로 구사했다.
LG는 이승우 외에 신예투수 최성훈, 임정우 등이 이승우의 뒤를 이어 깜짝 선발투수로서 마운드를 지켰고 올 시즌 최대 난제일 것 같았던 선발진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듯싶었다. 어찌 보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 같은 선발투수들이 예상외 호투와 함께 LG가 5할 승률 이상을 거두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이승우는 신예 선발진의 선두주자로 자리했다.
하지만 불운과 부진이 겹쳤다. 4월 28일 롯데전에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이승우가 등판할 때마다 LG 타선은 침묵했다. 5월 10일과 22일 넥센전에서도 자책점은 1점에 그쳤는데 승리는 마치 먼 나라의 이야기 같았다. 1승에 대한 부담과 함께 투구 내용도 하락세를 보이는 중이다. 투심 패스트볼이 높게 형성되고 어김없이 장타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타자들의 허를 찔렀던 체인지업과 커브도 속구가 받쳐주지 않으니 효과적이지 못했다. 결국 5월초까지 2점대를 형성했던 평균자책점도 4.08까지 올라갔다.
LG 김기태 감독은 이승우가 호투 속에서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할 때마다 “빨리 1승을 챙겨줘야 하는데 안타깝다”며 아쉬운 마음을 전하곤 했다. 선발승은 신예급 투수가 자신감을 형성하는데 기폭제 역할을 한다. 반대로 꾸준한 선발 등판에도 좀처럼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다면, 초조함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이승우 본인도 “1승을 의식하게 되니 나도 모르게 지나치게 힘이 많이 들어갔고 투구 밸런스를 잃어버리게 됐다. 생각하지 않고 타자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고 자책했다.
지난주 마지막 경기에서 이승우는 5⅓이닝 5실점으로 지난 16일 SK전 이후 최악의 투구 내용을 보였고 팀은 KIA에 시리즈 스윕패를 당한 채 시즌 20패(20승)로 5할 승률로 떨어졌다. 물음표만 가득했던 LG 선발진에 느낌표를 선사했던 이승우. 5할 사수 위기에 빠진 팀을 일으키기 위해선 이승우가 4월의 모습을 되찾고 선발승의 감격을 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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