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이 앞으로 간다".
타자들은 4타수 2안타를 쳐도 표정이 안 좋은 날이 있고 4타수 무안타를 쳐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경우가 있다. 바로 타격 감각과 밸런스에 관한 문제다. 자신이 느끼기에 타격 밸런스가 무너져 있으면 운이 좋아 멀티히트가 나오더라도 금방 성적이 떨어질 것을 직감하기에 좋은 표정이 나올 수 없고, 비록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더라도 타격 감각이 좋다면 웃을 수 있다.
지난 한 주를 시작할 때 홍성흔이 그랬다. 22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홍성흔은 "공을 쳤는데 이제야 앞으로 공이 나간다. 공이 앞으로 나가서 다행이다"라면서 "배트를 냈을 때 (공이) 앞으로 나가는 게 타격감각이 좋은 일"이라고 안도했다.

홍성흔이 그 말을 하기 전까지 5월 성적은 타율 2할1푼7리(69타수 15안타)로 한참 부진하고 있었고 홈런은 단 1개 뿐, 그리고 한때는 타점 선두를 달렸지만 페이스가 급락하며 8타점을 추가하는데 그쳤었다. 4번 타자로 급감한 장타와 타점 생산능력으로 인해 결국 5번 타자로 자리를 바꾸기도 해 봤지만 타격감각이 돌아온다 싶으면 다시 내려가기 일쑤였다.
정말 야구가 안 될때 팀 후배인 박준서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홍성흔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갈매기 타법(타이밍을 잡기 위해 왼손으로 방망이를 들고 오른손을 홈플레이트에 뻗는 동작)'를 벤치마킹했던 박준서가 오히려 최근 홍성흔의 타격폼이 달라졌다고 지적한 것. 홍성흔은 이를 수긍하며 한창 방망이가 뜨거운 박준서를 향해 "오로라 박이야 오로라 박. 후광이 장난이 아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초 타격감이 돌아오고 있다며 자신했던 홍성흔의 방망이는 예열되는 데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주중 삼성과의 3연전은 15타수 2안타로 잠잠했지만 홍성흔의 타격감이 돌아오는 걸 기다리고 있던 양승호 감독은 25일부터 벌어진 잠실 두산 베어스전부터 홍성흔을 4번 자리에 복귀시켰다. 그리고 이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3연전 첫 날이었던 25일엔 4타수 2안타 1볼넷으로 3번 출루해 모두 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6일엔 고대하던 홈런이 드디어 터졌다. 3-1로 앞선 6회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더스틴 니퍼트로부터 솔로포를 터트린 것. 마침내 3연전 마지막 날이었던 27일엔 1회 1사 1,3루서 김선우를 상대로 결승 스리런포를 작렬시켰다. 카운트를 잡기위해 위력없이 들어온 공을 그대로 밀어쳐 우측 펜스를 넘긴 시즌 6호 대포였다.
두산과의 3연전에서 타율 4할(12타수 5안타) 2홈런 5타점 3볼넷으로 완벽하게 살아난 홍성흔. 한때 2할6푼대까지 떨어졌던 타율은 2할9푼5리까지 올랐고 35타점으로 이 부문 단독 2위까지 뛰어올랐다. 27일 경기 후 홍성흔은 "경기 전 '네가 타선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만큼 짦게 끊어치는 타법이 아닌 헐크 같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롯데의 6월 대반격은 헐크로 변신한 홍성흔에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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