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에 홈런 맞은 투수, '그게 어떻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5.28 10: 10

급이 다른 홈런이었다. 
오릭스 버팔로스 이대호(30)는 지난 27일 요코하마 DeNA전에서 2-1로 리드하던 5회초 상대 투수 미우라 다이스케의 6구째 바깥쪽 낮은 140km 직구를 그대로 정확하게 밀어쳐 우중간 담장을 그대로 넘어가는 비거리 125m 투런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시즌 9호 홈런으로 윌리 모 페냐(소프트뱅크)와 함께 퍼시픽리그 홈런 공동 1위가 됐다. 
이날 홈런이 더욱 의미있었던 건 단순히 1위로 올라섰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홈런을 공략한 공의 코스였다. 미우라는 6구째 공으로 바깥쪽 낮은 코스에 140km 직구를 정확히 뿌렸다. 그런데 이게 이대호의 배트에 걸렸고, 우측 담장을 그대로 넘어가는 홈런으로 이어졌다. 홈런을 맞은 미우라는 '그게 어떻게 넘어가나' 하는 듯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기 후 이대호는 "노린 것은 아니다. 몸쪽을 의식했지만 코스에 관계 없이 몸이 좋게 반응했고 제대로 받아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도 "이대호의 투런포가 컸다.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흡족해 했다. 는 '이대호가 바깥쪽 낮은 어려운 직구를 넘겼다'며 그의 9호 홈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대호가 터뜨린 홈런 8개의 공통점은 높거나 가운데 몰린 것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 중에는 한가운데로 들어온 실투성 공이 3개 있었지만 몸쪽 3개와 바깥쪽 2개로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높게 들어오는 실투성 공에는 확실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낮은 공을 걷어올려서 담장 밖으로 넘긴 건 9호 홈런이 처음이었다. 
바깥쪽 낮은 공은 가장 홈런으로 만들기 힘든 코스다. 배트 끝에 힘을 실어 띄우기란 보통 타격 메커니즘으로는 되지 않는다. 부드러운 스윙, 완벽한 중심이동이 이뤄져야 한다. 이대호는 바깥쪽 낮은 직구를 결대로 부드럽게 받아쳤고, 완벽한 중심이동으로 타구에 힘을 실었다. 비거리가 무려 125m까지 나올 만큼 우중간 깊은 곳으로 타구를 보냈다. 
이는 그만큼 이대호의 타격감이 좋다는 걸 의미한다. 3~4월의 이대호는 24경기에서 안타 20개를 쳤다. 타구 방향을 보면 좌측 10개, 중앙 7개, 우측 3개. 잡아당긴 안타가 더 많았다. 하지만 5월 21경기에서 때린 안타 23개 중 좌측 8개, 중앙 8개, 우측 7개로 잡아당긴 안타 비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난 25일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도 우중간으로 뻗어간 타구였다. 
잡아당길 뿐만 아니라 밀어서도 넘길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이대호에게 일본 투수들은 조금 더 신중한 피칭을 할 수밖에 없어졌다. '모든 코스를 넘길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다. 
어느덧 9개 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1위가 된 이대호는 타점 4위(26개) 장타율 6위(0.460) 등 공격 주요 부문에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릭스도 교류전에서 6승3패로 상승세를 타며 탈꼴찌와 함께 분위기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교류전에서 홈런 4방을 터뜨린 4번타자 이대호가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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