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무리를 어찌할꼬.
한화가 시즌 첫 3연승 스윕 속에서 또 다른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외국인 마무리 데니바티스타(32) 때문이다. 바티스타는 지난 주말 넥센과 목동 3연전에서 1승1세이브를 올렸지만 블론세이브 하나 포함 평균자책점 9.00으로 부진했다. 3연전 첫 날에는 9회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동점을 허용했고, 마지막 날에는 4점차에서 스리런 홈런을 맞고 볼넷·사구로 동점·역전 주자까지 내보낸 채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 스트라이크를 못 던진다

바티스타는 최고 155km 강속구를 던진다. 여기에 컷패스트볼은 140km대 중후반이 나오며 각도 큰 커브도 130km대 중반까지 찍힌다. 무시무시한 볼 스피드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제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해설위원은 "바티스타 정도 되는 투수가 제구까지 되면 한국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 정도 스피드에 제구가 되면 한국에 있을 이유가 없지만 문제는 제구가 너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바티스타는 18경기에서 총 360개 공을 던졌다. 그 중 스트라이크는 206개, 볼이 154개. 스트라이크 비율이 57.2%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제구가 좋지 않다. 특히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한다. 91타자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는 48차례.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52.7%로 절반을 갓 넘는 수준이다. 피안타(17개)보다 볼넷(18개)이 더 많다. 9이닝당 볼넷이 8.7개로 18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가장 많다. 특히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첫 타자에게 내준 볼넷이 5개, 사구가 1개. 기선제압부터 당한다.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하니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 위기에 더 불안하다
마무리투수는 위기에 강해야 한다. 주자가 있어도 삼진을 잡을 수 있는 스터프도 필수요소. 지난해 바티스타는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마무리였다. 득점권 피안타율이 1할7푼8리에 불과할 만큼 위기에 강했다. 올해도 9이닝당 탈삼진이 14.95개로 전체 1위일 만큼 삼진 잡는 능력은 여전하다. 그러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위기에 흔들리고 있다는 게 문제다. 주자 없을 때 피안타율이 1할8푼2리밖에 되지 않지만, 주자가 있을때에는 피안타율이 2할9푼5리로 상승한다.
득점권에서는 더욱 심각해진다. 득점권에서 33타수 11안타 피안타율 3할3푼3리. 볼넷 6개, 사구 1개가 더해지면 더욱 심각해진다. 승계주자 실점율도 45.5%에 달할 정도로 주자 있을 때 등판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를 지켜본 선수들은 "겉보기와 달리 마음이 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종종 위기 때마다 진정시키고자 마운드에 올라가면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고 있을 때도 있다고. 바티스타는 미국에서도 주로 불펜투수로 활약했지만 통산 세이브가 12개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처음 '경기의 끝'을 책임지고 있는데 쉽게 견디지 못하고 있다.

▲ 투구수 관리가 안 된다
볼카운트 싸움에서 밀리다 보니 투구수도 많아진다. 바티스타는 이닝당 투구수가 무려 19.3개로 18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차우찬(삼성·20.2개)과 심수창(넥센·19.4개) 다음으로 많다. 투구수가 많아지니 연투를 할수록 점점 더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투한 6경기에서 4⅓이닝 7피안타 2볼넷 2사구 6실점 평균자책점 12.46으로 부진했다. 지난해 27경기·35⅔이닝 동안 피홈런 1개에 2루타는 5개에 불과했던 바티스타였지만 올해는 18경기·18⅔이닝에서 피홈런 2개에 2루타도 벌써 5개 맞았다. 피장타율이 0.218에서 0.369로 크게 상승했다. 볼을 많이 던질 수록 힘이 빠지고, 가운데 몰리는 실투가 많아지는 법이다.
코칭스태프에서도 그의 활용도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그를 믿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박정진이 2군으로 내려갔고, 송신영의 구위도 완전치 않다. 넥센 3연전에서 마일영과 안승민이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지만 결국 바티스타가 살아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상태에서 그를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 27일 넥센전에서 홈런 뒤 볼넷과 사구로 흔들린 바티스타를 도중에 내린 것도 자신감을 잃지 말라는 차원이었다. 바티스타가 자리를 잡아야 한화의 상승세도 지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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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