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아쉽게 수상은 불발된 영화 '돈의 맛'의 임상수 감독이 황금종려상이나 '대박' 흥행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임상수 감독은 27일(현지시간) 오후 폐막식을 앞두고 칸 앙티브거리 근처 카페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칸 영화제는 폐막식 전 감독들 측에 참석 여부를 묻는 연락을 취하기 때문에 감독들은 시상식 전 수상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임상수 감독은 수상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상을 못탄 것은 아쉽지 않다. 사실 어제 뤼미에르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이 정도 작품이 황금종려상 감은 아니지. 운이 좋으면 탈 수도 있겠지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윤여정과 김강우 베드신 이후부터는 괜찮은데 앞부분은 그렇게 탁월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감독으로서 솔직한 생각을 덧붙이기도.

임 감독은 또 "나는 1000만 관객, 황금종려상 등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한국에서 적당한 흥행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라며 "대박은 안 나도 투자자 입장에서 '이 정도면 안정됐다' 라는 반응을 얻는 것이 내 바람이다. 그리고 계속 살아남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칸 영화제에서 아쉬운 점으로는 '돈의 맛'을 본 서양 관객의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을 꼽았다.
임상수 감독은 "'돈의 맛'은 한국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뉘앙스와 긴장감이 있다. 솔직히 상당히 '로컬(local)한 작품'이다"라며 "외국인들은 아무래도 '로컬 인포메이션(information)'을 가진 한국인들과는 느끼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주민이나 동서양을 활발히 다닌 사람은 (영화를) 따라올 수 있겠지만 다른 이들은 어렵겠다란 생각을 솔직히 했다"라고 영화 속 내용과 메시지를 서양 관객들이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임 감독은 외국 기자들에게 "인물들이 과장돼 있는 것 같다", "왜 주영작(김강우)이 샐러리맨인가? 그는 노예(Slave)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한국 관객들과 서양 관객들 사이에 이런 갭(차이)이 있겠구나란 생각을 했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공식 기자회견에서 화제가 됐던 "앞으로 백인을 공격하는 영화를 만들겠다"란 멘트에 대해서는 "내가 부드럽게 말했어야 했는데 그런 점에서 미숙했다"라고 표현이 좀 더 완곡하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지적하면서도 앞으로도 영화에서 비판의 칼을 날카롭게 세우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재벌들을 비판한 영화를 만들었으니 차기작에 어려움을 겪지 않겠나는 질문에는 "'돈의 맛'으로 재벌이 암적인 존재라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판의 맷집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다"라며 "까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오히려 그 쪽에서 영화에 투자했다면 더 너그럽게 보이지 않았겠나"라고 '포용력의 미덕'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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