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정재훈(32,두산 베어스)는 자유계약선수(FA)를 신청했던 7명의 불펜투수 가운데 가장 먼저 원 소속팀인 두산과 계약을 맺었다. 4년간 총액 28억원의 대형 계약으로 역대 불펜투수 가운데는 정대현(4년 36억), 진필중(4년 30억) 세번째 기록이었다. 지난 시즌 어깨부상과 재활 속에서도 2승 6패 9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2.87을 거둔 공로를 인정 받았다.
하지만 정재훈은 지난 시즌 도중 입었던 오른쪽 어깨 회전근 부상으로 인해 스프링캠프도 참가하지 못하고 재활에 힘을 쏟아오다 지난 25일에야 1군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두산 김진욱(52) 감독은 "부상 방지가 우선이다. 재발을 막는 한도에서 정재훈을 여유있을 때 투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롯데와의 주말 3연전 2경기에 등판, 2이닝 무실점으로 일단 1군무대 연착륙에는 성공했다.
정재훈의 1군 복귀가 더욱 주목을 받는 까닭은 'FA 동기생'들의 올 시즌 활약 때문이다. 지난해 17명의 FA 신청자 가운데 투수는 모두 7명, 그리고 전원이 불펜 투수였다. 최근 몇 년간 불펜야구가 프로야구의 대세로 자리한 가운데 '귀한 몸'을 모시고자 하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정재훈, 큰 이승호(SK), 이상열(LG)는 원 소속팀에 그대로 남았고 정대현-작은 이승호(롯데), 임경완(SK), 송신영(한화)은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보통 투수 FA는 위험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아직까지 성공 케이스가 많지는 않다. 게다가 관리가 상대적으로 힘든 불펜투수는 더더욱 그렇다. 올 시즌만 보더라도 7명의 FA 계약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4명의 투수가 개막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큰 이승호는 허리 통증으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었고 정대현은 2월 중순 무릎수술, 작은 이승호는 부진, 정재훈은 어깨 재활 등으로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이 가운데 정재훈은 이제 1군에 등록, 본격적인 활약을 준비하고 있으며 작은 이승호는 지난 8일에야 뒤늦게 1군에 등록됐다. 재활중인 정대현은 사실상 7월이 돼야 1군 등판이 가능할 전망이고 지난 4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은 큰 이승호는 올 시즌 등판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구단에서 큰 기대속에 투자를 했지만 제대로 써보지도 못 하고 계약 첫 해를 보내고 있는 것.
또한 꾸준히 등판하고 있는 투수들의 성적도 크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송신영은 15경기에 등판, 1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4.61에 그치고 있다. 올 시즌 한화의 허리를 튼튼하게 해 줄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17명의 승계주자 가운데 10명을 불러들이는 등 불안한 모습이다. 여기에 지난 20일 대전 SK전에선 올 시즌 1호 퇴장과 함께 출전정지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임경완은 20경기에 출전, 2홀드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 중이다. 눈에 띄는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승계주자 실점율(6/17)과 늘어난 볼넷은 걱정거리다. 바로 뒤의 박희수와 정우람이 잘 막아줘 평균자책점이 크게 오르진 않고 있다. 작은 이승호는 주로 여유있는 상황에 등판하며 8경기에서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 중이다. 아직 구속이 140km대 초반에 머물며 제 구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이상열만이 제 몫을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경기에서 승패 없이 5홀드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중인 이상열은 탈삼진 11개, 볼넷 4개로 안정적인 제구를 보여주고 있으며 13명의 승계주자 가운데 3명만 불러들였다. 주로 좌완 원포인트로 등판하고 있는 이상열은 LG의 예상 밖 선전을 조용히 뒷받침하고 있다.
재활에 전념하던 불펜 FA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 정재훈에 바통이 넘겨졌다. 역대 불펜 FA가운데 성공작이라 평가할 수 있는건 2004년 조웅천 정도가 유일하다. 정재훈이 한창 순위싸움을 벌이고 있는 팀을 위해서, 그리고 불펜에서 고생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서 불펜 FA 성공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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