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승리를 생각해 치고 싶다".
'빅보이' 이대호(30·오릭스)의 홈런 폭발에 일본 언론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27일 요코하마 DeNA전 5회 2사 1루에서 미우라 다이스케의 6구째 바깥쪽 낮은 140km 직구를 밀어 쳐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9호 홈런으로 윌리 모 페냐(소프트뱅크)와 이 부문 공동 1위까지 올라섰다.
일본 는 28일 '이대호가 멈추지 않는다'는 제목하에 '이대호의 9호 투런 홈런이 오릭스의 시즌 3번째 3연승을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5월 21경기에서 타율 2할9푼9리 7홈런 16타점으로 유력한 월간 MVP 후보로 떠올랐다. 한국에서 2010년 9경기 연속으로 홈런을 기록한 적이 있어 한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홈런왕 등극이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이대호는 홈런왕에 신경 쓰지 않는 기색. '데일리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이대호는 "홈런왕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다. 아직 99경기가 남아있다. 팀이 2위나 3위가 되고 홈런 경쟁이 되면 노리겠지만 지금은 팀 승리를 생각해 치고 싶다"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아직 오릭스가 하위권에 처져있기 때문에 팀 성적부터 올리고 난 뒤 홈런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일본 언론에서 먼저 '한일 홈런왕 등극'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대호를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아직 한국·일본프로야구에서 모두 홈런왕에 오른 선수는 타이론 우즈가 유일하다. 1998년 OB에서 42홈런으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홈런왕을 차지한 우즈는 일본으로 건너간 뒤 2003~2004년 요코하마에서 2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주니치로 옮긴 2006년에도 다시 한 번 또 홈런왕을 거머쥐었다.
한국프로야구 홈런왕 5회에 빛나는 이승엽은 요미우리 시절이었던 2006년 41홈런을 폭발시켰지만, 우즈(47개)에 밀려 2위에 오른 게 최고기록. 2005년에는 퍼시픽리그 5위(30개), 2007년에는 센트럴리그 8위(30개)에 올랐다. 2008년 한국에서 홈런왕을 차지한 김태균은 2010년 지바 롯데에서 21개의 홈런을 때렸지만, 퍼시픽리그 공동 7위에 만족해야 했다.
2006년과 2010년 한국에서 홈런왕을 차지한 이대호의 홈런왕 도전은 한국인 최초의 한·일 홈런왕 도전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애써 홈런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이대호의 방망이가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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