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경기하는 걸 비디오로 보니까 다른 팀들을 거의 자유자재로 다루던데요”.
얼마 전 모 프로 구단 감독은 올해 확 달라진 제주의 경기력을 보고 이렇게 평가했다. 이쯤 되면 올 시즌 우승 기상도를 바꿔야 할 듯 싶다. 시즌 전만 해도 그 누구도 우승 후보로 꼽지 않았던 제주가 지난 27일 상주에 선제골을 내주고도 2-1 역전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리그 휴식기를 맞이하게 됐다.
지난 전남전에서 득점포의 침묵 속에 패했던 박경훈 감독으로선 상당히 부담스러울 법도 했던 상주전을 짜릿한 역전승으로 장식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남다른 경기였다. 이날 승리로 제주는 리그 2위로 도약하며 1위 수원을 바짝 추격했다.

상주전 역전승으로 홈 7경기(6승1무) 무패행진 역시 이어가게 됐다. 올 시즌 홈에서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는 팀은 8연승을 기록 중인 수원과 더불어 제주가 유일한 상황. 이제는 빅버드뿐만 아니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도 ‘원정팀의 무덤’이란 수식어를 붙여야 할 것 같다.
홈에서 잘 나가자 성적도 쑥쑥 올라갔다. 올 시즌 14경기에서 단 2패에 그칠 만큼 안정된 전력도 전력이지만, 홈에서 꾸준한 승리는 올 시즌 제주의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안방에서 지지 않으니 관중 동원 면에서 만년 꼴찌였던 제주는 상주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1만 관중(1만0117명)을 돌파했고, 이런 응원들이 또 고스란히 경기력의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제주는 K리그 최강 공격력의 팀답게 홈 7경기(16골)에서 경기당 평균 2.28골을 기록하며 연일 골폭죽을 터트리고 있다.
축구팬들로서는 제주와 수원 중 어느 팀의 홈 무패기록이 더 오래 갈지를 지켜보는 것도 후반기 K리그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다. 지난 3월 제주는 수원을 홈으로 불러들여 2-1 역전승을 거뒀는데, 공교롭게도 6월14일 홈에서 전북전을 마친 뒤 17일 수원 빅버드 원정을 떠난다.
‘닥공’으로 대변되는 전북을 맞아 홈에서 무패행진을 이어갈 것인지, 나아가 함께 ‘안방불패’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수원을 상대로 빅버드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지 벌써부터 제주의 다음 2연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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