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첫 방송된 SBS 주말특별기획 '신사의 품격'이 순탄한 시작을 알렸다. 한날 나란히 신호탄을 울린 MBC 주말드라마 '닥터 진'과의 시청률 경쟁에서 박빙의 차로 앞서며 1라운드의 승자가 됐다.
이러한 결과는 방송되기 전부터 생긴 '비주얼 드라마'라는 별칭, 톱스타급 배우들의 안방극장 귀환 등에 대한 기대감이 한몫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신사의 품격'을 화제의 중심에 서게 한 빠질 수 없는 공신은 '시크릿 가든'. '파리의 연인' 등을 함께 배출한 신우철 PD와 김은숙 작가의 콤비 파워다.
때문에 '신사의 품격'은 출발과 동시에 "'제 2의 시크릿 가든'이 될까?", "'시크릿 가든'의 영광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등의 날개인지 짐인지 모를 질문들을 업고 있다. 특히 지난 27일에 방송된 '신사의 품격' 2회에서는 극중 임메아리(윤진이 분)와 콜린(이종현 분)이 비행기에서 '시크릿 가든' 속 현빈과 하지원의 명장면을 시청하는 장면이 그려져 폭소를 자아냈다. 더욱이 임메아리는 "이 작가 작두 탔나봐"라는 대사로 김은숙 작가의 자화자찬(?)을 대리 실현하는 재미를 선사했다.

'신사의 품격'과 꾸준히 함께 언급되고 있는 '시크릿 가든'. 그리고 실제 '신사의 품격'은 2회 밖에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시크릿 가든'과 비슷한 맥락을 보이는 포인트가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 '까칠한 도시 남자' 장동건-현빈
'신사의 품격'의 장동건과 '시크릿 가든'의 현빈은 비주얼로나 스펙으로나 완벽한 왕자님이다. 다만 한 가지 결점이 있다면 까칠한 성격이다. 두 인물은 일명 '까도남'으로 여자에 관심이 없는 것은 둘째 치고, 배려 없고 싸늘한 성격에 주변 사람들을 얼게 만드는 차가운 남자다.
하지만 그들의 얼음 같은 마음을 깨고 들어오는 이들이 바로 여자주인공이다. '신사의 품격'의 김도진(장동건 분)은 서이수(김하늘 분)와 운명적인 만남을 세 번이나 겪고, 매번 첫눈에 반한다.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현빈 분) 또한 길라임(하지원 분)의 박력 있고 카리스마 있는 스턴트 연기에 빠져 홀딱 반해버린다.
김도진과 김주원 모두 차가운 성격 만큼이나 사랑에도 서툴다. 이 남자주인공들은 여자주인공들과 티격태격하는 모습,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애태우는 모습, 시청자들 사이에서 '앓이'를 만드는 매력적인 '나쁜 남자'의 모습으로 극의 흥미를 더한다.
# '짝사랑파' 여주인공 김하늘-하지원
'신사의 품격'의 김하늘과 '시크릿 가든'의 하지원은 모두 드라마 초반에 지고지순한 짝사랑을 하고 있다. 짝사랑의 대상이 극의 진행과 얽히게 될 상대역이 아닌 다른 남자라는 점도 비슷하다.
'신사의 품격'에서는 서이수와 김도진이 핵심 로맨스를 펼쳐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2회까지 진행된 현재 서이수는 임태산(김수로 분)을 짝사랑 하고 있고, 김도진에게 속마음을 들키기까지 한 최악의 상황이다. 길라임 또한 극 초반에는 후일 목숨까지 바꾸는 애절한 사랑을 나눈 김주원 대신 직장 상사 임종수(이필립 분)를 몰래 짝사랑한다.
여자주인공들에게 짝사랑 상대가 있다는 점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남자주인공들에게 쉽게 넘어가지 않는 방패막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여자주인공들로부터 처음 받는 홀대에 남자주인공들이 당황해하는 모습은 코믹한 에피소드를 제공한다.
이같은 점들은 '신사의 품격-시크릿 가든'뿐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드라마가 쉽게 가지는 포인트다. 하지만 '신사의 품격'이 '시크릿 가든'과 같은 제작진이라는 점 때문에 두 작품이 겹쳐 보이는 점들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신사의 품격'은 아직 2회 밖에 진행되지 않았을 뿐 더러 '시크릿 가든'과 소재의 차별성이 뚜렷하다. 김은숙 작가는 지난 23일에 열린 '신사의 품격' 제작발표회에서 "'시크릿 가든'이 맑고 순수한 사랑이야기였다면 '신사의 품격'은 진하고 야한 사랑이야기를 다뤘다"며 '신사의 품격'만의 색깔을 당차게 예고하기도 했다.
과연 '시크릿 가든'을 닮은 '신사의 품격'이 어떤 새로움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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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 '시크릿 가든'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