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경기력' 두산, 극복은 언제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5.29 09: 18

"나도 감독으로서 큰 기복을 타는 경기력은 달갑지 않다. 2연승도 섞이며 1패가 반복되는 징검다리 식 경기력이 오히려 낫다".
분위기를 많이 타는 경기력이다. 선제점이 나오지 않거나 선발 투수가 먼저 무너지면 패배를 예상하기 쉬웠고 초반 분위기가 좋았을 때는 확 올라왔다. 3연승 후 3연패로 '야누스의 경기력'을 보여준 두산 베어스가 롤러코스터 궤도를 언제 탈피할 것인가.
두산은 지난 22~27일 한 주간 3승 3패의 전적을 기록하며 시즌 전적 19승 1무 19패(28일 현재)로 공동 4위까지 밀려났다. 선두를 달리던 SK 와이번스와의 원정 3연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상승세를 타는 듯 했던 두산은 롯데와의 안방 3연전을 모두 내주며 상대팀을 살려줬다. 그것도 만원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서 3연패 대망신을 당한 꼴이다.

훈련 등을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니다. 홈 경기서 스스로 부진하다 싶은 타자는 먼저 구장을 찾아 특타에 전념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경기력이 연습량을 모두 증명하지 못하는 것처럼 선수들이 열심히 연습하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3연승 후 3연패로 무너지자 팬들의 시선도 자연스레 차가워졌다.
김진욱 감독도 두 얼굴의 경기력을 보인 한 주간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5연패 후 3연승. 그리고 3연패로 기복이 큰 만큼 김 감독은 "투타 엇박자로 인해 사이클 폭이 큰 모습을 보이고 있어 염려스럽다"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경기력 기복이 크다는 점은 타선 결정력이 초반의 모습에서 쉽게 결정되고 선발 투수들의 경기력에 승패가 일찍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제로 26일 롯데 선발로 나선 라이언 사도스키에 대해 타자들이 전력분석을 얼마나 제대로 숙지했는지를 꼽을 수 있다. 타 구단 전력분석원은 사도스키에 대해 "구위가 나쁜 선수가 아니다. 다만 한국 리그에 적응하면서 의도적으로 직구 구속을 줄인 대신 변화구를 던질 때는 힘껏 던지며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스타일이다. 변화구를 던질 때 오히려 예의주시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두산 타자들은 그날 성급한 모습으로 1실점 106구 완투승 희생양이 되었다.
두산 전력분석에서도 3연전이 치러지기 전 이를 언급했으나 선수들은 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 박종윤에게 이틀 연속 결승타를 허용할 때도 투수들의 몰린 공이 결국 뼈아픈 결승타로 이어졌다. 어퍼 스윙 스타일의 박종윤에게 약점인 '결정구를 던질 때 바깥쪽 높은 코스'를 전력분석 측에서 주지시켰음에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철저한 이해도가 바탕되지 않으면 결국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 등에 따라서 경기력이 좌우될 수 밖에 없다. 두산이 최근 롤러코스터 경기력을 보여준 동시에 선수들이 현재의 큰 기복을 반성해야 하는 이유다.
찾아보면 희망적인 요소는 많다. 이용찬-김승회 후위 선발 투수들이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선발진에 힘을 보태고 있고 계투 주축 정재훈이 어깨 부상에서 벗어나 1군에 복귀했다. 마무리 스캇 프록터는 점차 리그에 적응 중이고 이종욱, 김동주, 김현수 등 주축 타자들은 SK와의 3연전서 뛰어난 집중력을 보여줬다. 선수들의 몸 상태나 연습량이 떨어졌다기보다 전력 분석에 대한 선수들의 자체적인 이해도를 먼저 생각해봐야 할 때다.
2000년대 말 상대팀이 두산을 두려워했던 이유는 "개인 성적을 생각하기보다 당장의 플레이에서 틀을 깨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 '파악하기 쉬운 팀'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경기 순간에 대한 선수들의 이해도가 떨어졌다는 이야기와 같다. 선수들이 전력 분석이나 다른 팀의 경기력을 살펴보고 경기에 대해 융통성있는 집중력과 이해도가 확실히 갖춰지지 않으면 '롤러코스터 팀'이라는 이미지는 벗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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