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멀었다"는 이승엽의 이유있는 엄살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2.05.29 10: 40

몸에 밴 겸손함 덕분일까. '국민타자' 이승엽(36, 삼성)은 현재 타격감에 관한 물음마다 "아직 멀었다"고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홈런을 쳤어도 팀이 패하면 "의미 없다"고 잘라 말한다. 팀이 이긴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쳤어도 "팀 승리에 보탬이 돼 만족한다"고 자신을 낮춘다.
28일 현재 이승엽의 개인 성적만 놓고 본다면 어디 하나 나무랄데 없다. 타격(.364) 및 최다 안타(56개) 2위, 장타율(.610) 3위, 홈런(8개) 및 출루율(.429) 4위, 타점(30개) 5위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5위 안에 이름을 올려 놓았다. 게다가 5차례 베이스를 훔치며 도루 부문 20위를 기록 중이다. 이만 하면 정상급 성적이지만 그에겐 만족이란 없다.
이승엽은 "좌중간 타구가 더 나와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대구 홈경기가 열릴때면 가장 먼저 야구장에 도착해 특타 훈련을 소화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가끔씩은 "방망이가 안 맞아 큰 일 났다"고 엄살을 부리기도 한다. 이승엽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김한수 삼성 타격 코치의 평가는 어떠할까.

김 코치는 "10여 타석 무안타를 기록할때 타격시 오른쪽 다리가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금세 제 모습을 되찾았다"며 "자체 진단이 가능한 선수"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상대 투수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은 이승엽의 맹타 비결. 김 코치는 "(9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이승엽에게 생소한 투수가 많이 있는데 사전에 상대 투수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예컨데 상대 투수가 포크볼을 주무기로 사용한다면 코스 뿐만 아니라 구속까지 철저히 파악한 뒤 타석에 들어선다. 그러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 시절 이승엽과 9년간 한솥밥을 먹었고 2010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았던 김 코치는 이승엽의 장단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잘 하고 싶은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일본 무대에 진출하기 전과 일본에서 좋았던 모습 만큼의 궤도는 아니다. 정상 궤도에 근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덕분에 지금의 성적이 나오는게 아니겠냐"고 견해를 밝혔다.
언제나 그렇듯 이승엽은 "늘 부족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기에 3할6푼의 고타율에도 만족하지 않고 3할7,8푼을 향해 쉴새없이 방망이를 휘두른다. 기술적인 보완 뿐만 아니라 러닝, 웨이트 트레이닝 등 체력 훈련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현재 타율이 높아도 괜찮다고 만족하는게 아니라 더 나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훈련한다. 절대 만족이란 없는 것 같다. 지금보다 더 높은 곳을 찾아 가려고 철저히 노력한다". 김 코치는 이승엽의 열정적인 훈련 태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한편으론 삼성 선수들이 이승엽을 본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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