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진짜 진검승부가 벌어진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와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36)이 시즌 두 번째 투타 대결을 벌인다. 지난 5일 대구구장에서 치러졌던 첫 승부에서는 박찬호가 이승엽을 상대로 3타석 모두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완승을 거뒀다. 그로부터 24일 만에 또 맞닥뜨린다. 29일 대전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리턴매치를 벌이게 된 것이다.
▲ 첫 대결은 박찬호 완승

5일 대구 경기에서는 박찬호의 완승이었다. 1회 무사 1·2루에서 박찬호는 초구에 바깥쪽 144km 직구 던졌고, 초구부터 이승엽의 배트가 적극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배트끝에 걸린 타구는 좌익수 뜬공이 되고 말았다. 2회 1사 1루에서도 박찬호는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132km 슬라이더를 몸쪽으로 찔러넣어 2루 내야 플라이로 연결시켰다.
4회 2사 1·2루에서도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141km 직구를 바깥쪽으로 던졌다. 이승엽은 허리가 빠진 채 맞히는데 급급했고 결국 좌익수 뜬공 아웃됐다. 득점권 위기 때마다 박찬호는 이승엽을 제물삼아 위기를 넘어갔다. 이날 박찬호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100구(101개) 이상 던지며 6이닝 8피안타 3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다.
▲ 이승엽을 잡은 코너워크
이날 경기 후 박찬호는 "(이)승엽이가 요즘 잘 치고 있어 의식을 많이 했다. 홈런을 맞을까봐 조마조마했다. 큰 것을 맞지 않기 위해 코너워크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이승엽을 상대로 박찬호는 가운데 몰리는 공 없이 좌우 코너워크를 최대한 활용했다. 1회 첫 타석에서 바깥쪽 직구로 잡은 뒤 2회에는 초구 바깥쪽 체인지업, 2구 몸쪽 슬라이더, 3구 바깥쪽 직구, 4구 몸쪽 직구, 5구 몸쪽 슬라이더로 몸쪽과 바깥쪽을 넘나들었다.
4회에도 초구 바깥쪽 체인지업에 이어 2구 몸쪽 직구, 3구 바깥쪽 직구, 4구 몸쪽 슬라이더, 5구 바깥쪽 직구로, 몸쪽-바깥쪽을 1구 1구마다 변화를 줬다. 박찬호는 이승엽을 상대로 11개 공을 던졌는데 그 중 직구는 6개였다.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직구를 결정구로 삼았다. 여기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내야플라이를 유도하고, 체인지업으로 헛스윙도 이끌어냈다. 이날 경기 후 이승엽은 "찬호형이 워낙 좋은 공을 던졌다. 내가 볼 못 쳤기 때문에 할 말이 없고 아쉽다"며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 이승엽, 이번에는 다르다
이날 맞대결에서 박찬호의 공을 11개 맞이한 이승엽은 타격 3차례, 헛스윙 2차례, 파울 1차례가 나올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당시 왼쪽 어깨 통증을 안고 있던 이승엽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어깨 통증으로 시즌 처음 결장을 하는 등 5월 첫 4경기 19타수 무안타로 타격 사이클이 저점에 있을 때였다. 하지만 한화와 3연전 이후 18경기 모두 안타를 터뜨리는 등 75타수 30안타 타율 4할 3홈런 14타점으로 타격감을 회복하고 있다. 최상의 상태로 또 다시 박찬호와 투타 대결을 하게 된 것이다.
이승엽은 당시 경기 후 "찬호형이라고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팀의 한 선수일 뿐"이라면서도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다음에 더 잘하겠다"고 의욕을 비쳤다. 그 다음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박찬호도 5월 4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4.30이지만 투구내용이 훌륭하다. 최근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코리안특급과 국민타자 리턴매치가 진검승부로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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