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전력보강할 수 있는 방법은 외국인선수 영입이다. 트레이드가 활성화되지 않고 FA 영입에 제약이 많으며 신인들이 바로 활약하기가 쉽지 않아진 현대야구에서 외국인선수는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프로야구도 외국인선수 활약에 전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올해 8개팀 외국인선수 16명 모두 투수로 채워졌는데 이에 따른 투수력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 넥센·두산·LG 외국인 투수 덕 톡톡

올해 외국인선수 덕을 가장 많이 보고 있는 팀은 돌풍의 근원지 넥센이다. 넥센은 브랜든 나이트(5승1패·2.75)와 앤디 밴 헤켄(3승1패·2.39)이 벌써 8승을 합작하며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퀄리티 스타트도 나란히 7차례씩 작성하며 이 부문 공동 2위. 올해로 한국 야구 4년째가 된 나이트는 무릎 통증에서 자유로워지며 제구가 안정됐다. 9이닝당 볼넷이 지난해 5.1개에서 올해 2.9개로 확 줄었다. 밴 헤켄은 마이너리그 통산 122승 투수답게 적응력이 빠른 모습이다. 평균자책점 전체 2위.
두산도 외국인선수 농사를 잘 지었다. 지난해 최고 외국인선수였던 더스틴 니퍼트는 올해도 9경기 5승3패 평균자책점 3.27로 변함없는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63⅓이닝은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이닝으로 이닝이터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마무리로 데려온 스캇 프록터도 17경기에서 16⅔이닝을 던지며 1점밖에 주지 않았다. 평균자책점 0.54로 세이브 부문 1위(13개)를 달리고 있다. 승계주자 실점율도 제로(0/4)와 득점권 피안타율 1할5푼4리에서 나타나듯 위기에 강한 마무리답다.
LG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최고 외국인 듀오였던 벤자민 주키치와 레다메스 리즈가 건재하다. 특히 주키치는 9경기에서 8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하는 등 6승 무패 평균자책점 2.36으로 다승-평균자책점-퀄리티 스타트 모두 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LG는 주키치가 나온 9경기에서 7승2패를 거뒀다. 또 다른 외국인 리즈는 10경기 1승3패5세이브 평균자책점 5.40으로 주춤하지만 시즌 초반 마무리 전업이 실패한 탓이다. 선발 전환 후 3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2.76으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삼성과 롯데도 외국인선수들이 비교적 제 몫을 하고 있다. 삼성은 미치 탈보트(5승1패·3.40)와 브라이언 고든(2승2패·3.60)이 7승과 9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합작했다. 롯데는 새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이 3승2패 평균자책점 3.21로 안정감을 보이며 장원준이 빠진 좌완 에이스 공백을 메웠다. 라이언 사도스키가 2승2패 평균자책점 4.68로 주춤했지만 최근 2경기에서 완투승 포함 2승을 거두며 살아나기 시작했다. 삼성은 기대를 밑돌고 있지만 외국인 투수의 문제가 아니다. 롯데도 오히려 외국인 투수 덕을 보고 있다.

▲ 한화·SK, 대체 외국인은 언제쯤
올해 외국인선수 때문에 가장 피를 보고 있는 팀은 바로 최하위 한화다. 한화는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가 1승2패7세이브1홀드를 올렸지만 블론세이브 2개 포함해 평균자책점 5.30으로 불안감을 누출하고 있다. 여기에 브라이언 배스가 2경기 1⅔이닝 평균자책점 48.60으로 1경기 이상 뛴 역대 외국인 투수 중 최악의 평균자책점, 최소 투구이닝을 남기고 떠나는 바람에 마운드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 그래도 기본기 부족으로 팀이 어려운 지경에 있는데 외국인선수 쪽에서도 사단이 나고 말았다. 뭘 해도 안 풀리는 케이스다.
SK도 외국인선수 때문에 고민이다. 흙속의 진주로 꼽히는 마리오 산티아고가 2승1패 평균자책점 3.79로 활약하고 있을 뿐 나머지 한 자리가 비었다. 한국 야구 4년차의 아퀼리노 로페즈가 4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지만 어깨 통증으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이미 KIA에서 포기한 로페즈를 재활용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쓴 맛을 다시게 됐다. 선발진이 구멍난 SK도 하루빨리 대체 외국인 투수 합류가 시급하다. 그나마 마리오가 제 몫을 해주고 있어 불행 중 다행이라 할만하다.
KIA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앤서니 르루가 3승4패 평균자책점 5.56으로 못 미덥지만 퇴출 이야기가 나온 뒤 최근 2경기에서 최고 153km 강속구를 뿌리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좌완 불펜 요원 호라시오 라미레즈가 10경기 2승1패3홀드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지만 인상적이지 못했고, 대체 선수로 영입한 헨리 소사가 첫 경기에서 6이닝 7피안타 6탈삼진 3볼넷 2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합격점을 받았다. 외국인 공백 없이 바로 전력으로 가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팀에게는 큰 도움이다. 한화는 배스가 지난달 19일 2군으로 내려가며 전력 외가 된 이후 벌써 41일째 감감 무소식이고, SK도 로페즈가 1군에서 말소된 후 2주가 지났다. 시즌이 한창인 지금, 시간은 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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