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는 두 천재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2.05.29 09: 21

두 천재는 언제 다시 나타날 것인가.
'바람의 아들' 이종범(42)이 지난 26일 화려한 은퇴식을 뒤로하고 전설로 돌아갔다. 그의 배번 7번은 영구결번되었다. 7번은 야구와 그라운드를 지배했던 상징이었다. 전신 해태를 포함해 KIA에서는 두 번째이다. 첫 번째는 선동렬 감독의 배번 18번이었다.
10번이나 우승한 팀에서 영구결번이 두 개 밖에 없다는 것이 의아하지만 타이거즈 팬들에게 두 영구결번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다. 타이거즈 황금시대를 견인했던 두 등번호였다. 두 번호가 있었기에 10번의 우승이 가능했다. 

선동렬은 타이거즈 왕조를 지켜낸 대들보였다. 85년 입단해 7년 연속 방어율 1위를 차지했고 20승과 0점대 방어율을 동시에 보유한 공전절후의 활약을 했다. 투수 선동렬이 있었기에 타이거즈는 86년부터 4연패, 91년과 93년 우승까지 모두 6번의 우승이 가능했다.
그는 선발로 나서면 완투를 했어야 했다. 이틀 쉬고 3이닝짜리 롱미들맨 소방수도 소화했다. 92년부터는 소방수로 변신해 100세이브를 돌파했다. 그는 몸이 아파도 불펜에서 상대의 기를 꺾는 시위용 투구를 했어야 했다. 선동렬이 출격을 준비하면 상대는 에이스 카드를 포기했었다.
이종범은 이런식의 야구도 있구나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안타가 없이도 득점할 수 있는 새로운 득점 방정식을 제시했다. '출루-도루-도루-득점 방정식'이었다. 수비중 조그마한 빈틈이 생기면 다음 베이스는 그의 몫이 되었다. 아울러 도루 뿐만 아니라 도루를 하지 않으면서도 타자에게 기회를 주었고 득점력을 극대화했다.
그러면서도 홈런 30개를 한 시즌에 때릴 정도로 파워가 있었다. 상대코치가 "승부를 하면 얻어맞고 피하면 발로 공격하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93년, 96년과 97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다. 선동렬 투수가 주니치에 이적했는데 선동렬이 없어도 우승했던 절대적 이유가 되었다.
두 전설은 기량 뿐만 아니라 머리도 영리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선동렬은 지도자로 성공했다. 이종범은 이제 그 길을 준비하고 있다. 이종범의 은퇴와 함께 전설의 역사속으로 사라진 천재 DNA'18번과 7번'. 타이거즈 뿐만 아니라 한국야구는 두 천재의 DNA를 이어받는 스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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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은퇴식에서 깊은 포옹을 나누고 있는 선동렬 감독과 이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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