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국민타자' 이승엽에게 결정타를 맞고 조기강판됐다. 이승엽에게 6타석 만에 내준 첫 안타가 강판으로 연결되는 뼈아픈 적시타였다.
박찬호는 2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삼성과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했으나 4회에만 몸에 맞는 볼 3개를 허용하는 등 3⅔이닝 7피안타 1볼넷 3사구 1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한 투구내용을 보였다. 3⅔이닝은 박찬호의 한국 데뷔 후 최소 투구이닝. 4이닝도 채우지 못한 건 처음이다. 지난 11일 청주 롯데전 4이닝 8피안타 3볼넷 1탈삼진 6실점(5자책)보다 내용상으로 더 좋지 못한 피칭이었다.
1회초 출발은 좋았다. 박한이를 중견수 뜬공, 정형식을 1루 땅볼, 박석민을 3루 직선타로 간단히 삼자범퇴 요리했다. 2회에도 선두타자 이승엽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으며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진갑용-조동찬에게 안타, 조영훈에게 볼넷을 주며 2사 만루 위기도 몰렸지만 김상수를 2루 땅볼로 잡아내며 실점을 주지 않는 위기관리능력을 뽐냈다.

그러나 3회 선취점을 허용했다. 1사 후 정형식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박석민에게 좌중간을 꿰뚫는 2루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내준 것이다. 하지만 박찬호는 후속 이승엽을 유격수 땅볼로 솎아내며 상대 전적에서 6연타석 무안타로 돌려세웠고, 진갑용까지 3루 땅볼로 유도하며 추가 실점을 주지 않는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4회가 문제였다. 첫 타자 강봉규에게 초구에 머리 쪽으로 향하는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이어 조영훈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이어진 무사 1·3루에서 조동찬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내준 박찬호는 박한이에게도 좌전 적시타로 맞고 3실점째를 허용했다. 심리적으로 이때부터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형식에게 6구 승부 끝에 다시 몸에 맞혀버린 박찬호는 후속 박석민에게도 초구에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연속 사구는 한국 데뷔 후 처음이었다. 계속된 2사 만루에서 이승엽과 맞닥뜨린 박찬호는 그러나 5구째 145km 투심 패스트볼이 통타당해 2타점 좌중간 적시타를 맞고 말았다. 총 투구수는 87개. 높게 뜨거나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았고, 심리적으로 크게 무너진 상황이었다. 결국 주자 2명을 남겨놓은 채 정재원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정재원이 진갑용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박찬호의 추가 실점을 막았다. 박찬호는 이날 87개 공을 던졌고 그 중 스트라이크가 50개, 볼이 37개였다. 최고 148km 직구(21개)를 비롯해 투심(22개) 슬라이더(28개) 체인지업(11개) 커브(5개)를 섞어 던졌다. 박찬호의 시즌 평균자책점 3.63에서 4.28로 치솟았다. 지난 11일 롯데전을 마친 후 4.26를 기록한 게 가장 좋지 않았지만 이날 피칭으로 한국 데뷔 후 가장 좋지 못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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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