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더의 제구만 좋았을 뿐 다른 구종은 예리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파고들지 못했다. 현역 최고의 우완 에이스 윤석민(26, KIA 타이거즈)이 슬라이더 외의 구종을 확실히 제구하는 데 실패하며 결국 고배를 들이켰다.
윤석민은 29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5이닝 동안 97개(스트라이크 61개, 볼 36개)의 공을 던지며 8피안타(탈삼진 1개) 4실점으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시즌 2패(2승)째를 기록한 윤석민은 지난해 5월 10일 광주 경기부터 이어졌던 두산전 3연승 행진을 마쳤고 팀도 1-4로 패하며 6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이날 윤석민은 최고 149km의 직구와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의 패턴을 구사했다. 직구가 53개로 54.6%의 투구 비율을 보여줬으나 스트라이크 28개에 볼 25개로 비율이 1-1에 가까웠다. 제대로 제구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다음으로 많이 구사한 구종은 슬라이더. 현역 최고의 슬라이더 구사력을 자랑하는 윤석민은 26개의 슬라이더를 던져 스트라이크 존에 21개를 꽂았다. 최고 구속도 139km에 달할 정도로 힘이 있었다. 커브는 12개, 체인지업은 6개였다.
경기 전 두산 타자들은 윤석민에 대해 “주 투구 패턴은 직구와 슬라이더다. 이 구종들을 제대로 노려 공략하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표적 타격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경기에 나섰다. 실제로도 윤석민은 직구-슬라이더 패턴을 주로 던진다. 워낙 구위와 제구가 뛰어난 만큼 구태여 다른 구종을 많이 섞지 않고 공격적으로 던져도 공략이 쉽지 않은 투수다.
그러나 준비를 하고 들어간 타자들에게는 결국 윤석민도 별 수 없었다. 특히 투 피치에서도 가장 주가 되는 직구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두산 타자들이 공을 지켜보면서 진을 빼는 전략을 쓰기도 수월했다.
그나마도 제구가 잘 된 편이던 결정구 슬라이더에 대해 한 야구 관계자는 “맞아도 좋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던지는 감이 컸다. 워낙 자기 공에 대한 신뢰도가 커서 그렇게 선택했다고 보는데 다른 날에 비해 오늘은 자신이 가장 좋을 때의 슬라이더 구위는 나오지 않았고 다소 높았다”라고 밝혔다. 직구 제구가 마음 같지 않던 순간 들어가는 슬라이더가 제대로 먹혔어야 했으나 이 또한 100% 컨디션에서 나온 것 같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거의 모든 투수에게나 기본적으로 직구를 잘 제구하는 능력은 우선시된다. 직구 제구력이 다른 날보다 떨어졌던 윤석민. 그는 결국 홈 8연패로 몰렸던 상대의 예봉을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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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