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원킬. 딱 한 방이면 충분했다.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36)이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를 상대로 드디어 안타를 쳤다. 그것도 박찬호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 결정타였다. 상대 6타석 만에 터뜨린 안타가 박찬호에게 치명타가 된 것이다. 박찬호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4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내려갔고, 이승엽은 2타점 적시타로 박찬호를 강판시켰다.
첫 투타 맞대결이었던 지난 5일 대구 경기에서는 박찬호의 완승이었다. 3차례 모두 득점권이었지만 박찬호는 이승엽을 3연속 뜬공으로 요리하며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24일 만에 장소를 대전구장으로 옮겨 치러진 29일 리턴매치에서도 박찬호가 이승엽에 우위를 점하는 모양새였다.

이승엽은 2회초 선두타자로 박찬호와 승부했다. 박찬호는 1~3구 모두 직구로 승부했다. 3개 공 모두 바깥쪽으로 향했고, 이승엽은 3구째 143km 직구를 밀어쳤으나 중견수 뜬공으로 잡혔다. 박찬호 상대로 4연타석 뜬공으로 물러난 순간.
박찬호가 선취점을 내준 3회 1사 2루에서 이승엽과 두 번째 대결을 벌였다. 박찬호는 초구에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 낮은 슬라이더와 3구 몸쪽 슬라이더로 유인했다. 볼카운트 2B1S. 박찬호는 4구째 공으로 다시 한 번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졌고 타이밍을 빼앗긴 이승엽은 힘을 싣지 못한 채 3루 땅볼로 아웃됐다.
첫 타석에서 공 3개 모두 직구로 던지며 힘으로 승부한 박찬호는 두 번째 타석에서 공 4개 모두 변화구로 택하며 타이밍을 빼앗았다. 박찬호의 변화무쌍한 피칭에 이승엽은 6연타석 무안타로 철저히 눌렸다. 하지만 이승엽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박찬호는 4회에만 몸에 맞는 볼 3개를 내주며 급격하게 흔들렸다. 특히 이승엽 타석 전 정형식·박석민에게 연속 사구를 내줬다. 스코어는 3-0 삼성 리드에 2사 만루. 심리적으로 박찬호가 쫓기는 상황이었다. 초구 직구가 가운데 높게 뜨며 볼이 됐고, 2구 바깥쪽 체인지업도 스트라이크존 벗어나며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3구째 슬라이더도 몸쪽 높게 들어갔고, 이승엽의 배트가 반응하며 파울이 됐다. 4구째 컷패스트볼도 높게 형성돼 외야 관중석으로 향하는 큰 파울이 나왔다. 타이밍을 맞춘 이승엽은 박찬호의 5구째 가운데로 몰린 145km 투심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받아쳤고, 좌중간에 떨어뜨리는 2타점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3실점대가 무너진 박찬호는 이승엽에게 결정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5타석 연속 무안타로 당했지만 6번째 타석에서 박찬호를 무너뜨린 한 방. 이승엽에게는 결정타 한 방이면 충분했다. 박찬호 상대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승엽은 9회 출장정지 징계에서 풀려 복귀전을 가진 한화 구원투수 송신영의 4구째 몸쪽 높은 145km 직구를 잡아 당겨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15m 솔로 홈런으로 시즌 9호 홈런을 기록했다. 확실히 스타는 중요할 때 상대의 기를 꺾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괜히 이승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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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