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전력평준화다. 시즌 전 절대강자로 평가받던 삼성의 부진과 하위권으로 예상됐던 넥센, LG의 분전이 어우러지며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뀌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까지 이번 시즌 설명하는 키워드는 바로 '스윕 시리즈'였다. 각 팀별 40경기 안팎으로 소화한 가운데 삼성만이 스윕승리가 없을 뿐 나머지 구단들은 모두 이를 경험해 봤다. 이 말은 즉 한 팀이 최소 3연승을 거뒀다는 말이 되며 그만큼 올 시즌 팀 간 전력 차가 더욱 좁혀졌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해 총 25차례 등장했던 3연전 스윕이 올 시즌은 일정의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12번이나 나왔다. 특히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4개 구장에서 벌어졌던 주말 시리즈는 모두 스윕이 나왔다. 당시 롯데, LG, 넥센, SK가 각각 KIA, 두산, 삼성, 한화를 상대로 스윕을 달성했는데 이는 무려 13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었다. 또한 지난 주말 3연전도 SK-삼성 경기를 제외하곤 모두 스윕 시리즈였다.

바로 전 시리즈가 스윕 시리즈였기에 주중 3연전 첫 날인 29일 경기는 연승으로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하는 팀들과 연패탈출을 노리는 팀의 정면대결이 펼쳐졌다.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최소 위닝시리즈를 했던 팀들은 모두 흩어졌고, 4개 구장 모두 연승과 연패 탈출이 가능했다.
그리고 모두 연패 중이던 팀들이 나란히 승리를 거뒀다. 삼성과 한화가 맞붙은 대전 경기에선 오랜만에 타선의 폭발력을 뽐낸 삼성이 10-2로 대승을 거두고 최근 2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한화는 3연승 뒤 첫 패배다. 또한 두산은 잠실로 KIA를 불러들여 에이스 윤석민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4-1로 승리했다. 최근 3연패, 홈 8연패를 당하고 있던 두산은 모처럼 홈 팬들 앞에서 웃을 수 있었다.
사직구장에선 LG가 롯데를 5-3으로 제압하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16안타와 상대 실책 3개를 등에 업고도 LG는 5득점밖에 못 올리며 어려운 경기를 끌고 갔지만 선발 정재복의 호투에 힙입어 이겼다. 그리고 목동구장에선 역전극이 펼쳐지며 가장 극적으로 연패탈출 경기가 나왔다. 넥센은 SK를 상대로 9회 1사까지 1-2로 뒤져 있었지만 정우람을 두들긴 유한준의 적시타로 경기를 원점으로 끌고 갔고 결국 연장 10회 서건창의 끝내기 안타로 3-2, 역전승을 완성했다. 8연승 뒤 4연패에 빠졌던 넥센은 분위기 반전을 위한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 같은 날이었던 5월 29일엔 SK가 선두를 질주하고 있었고 7위 한화와는 11경기, 최하위 넥센과는 12경기 차이를 보였다. 또한 2위였던 LG에 3경기를 앞섰다. 올 시즌도 지금까지는 선두 자리는 그대로 SK다. 그렇지만 올해는 1위 SK와 7위 삼성이 3경기 차이가 난다. 또한 최하위 한화도 SK에 불과 7경기 뒤져있을 뿐이다.
참고로 작년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던 롯데가 작년 이 날짜에 선두 SK에 7.5경기 뒤진 5위에 머물러 있었다. 결국 현재의 순위로 최종 결과를 예측하는 건 ‘명동에서 김서방을 찾는’ 일처럼 의미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치열해진 순위경쟁 속에 팬들의 희비가 연일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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