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형우, "야구를 쉽게 생각해 혼나는 것 같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2.05.30 09: 00

타율 2할6리(131타수 27안타) 11타점 8득점.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최형우(29)의 올 시즌 1군 성적이다. 지난해 홈런, 타점, 장타율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획득했던 최형우는 올 시즌에도 삼성의 4번 타자로 기대를 모았다.
일본 오키나와 전훈 캠프에서 열린 연습 경기와 시범 경기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던 그는 정규 시즌 개막 이후 기나긴 침묵에 빠졌다. 최형우는 2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2군 선수들과 함께 구슬땀을 쏟아내고 있다. 다음은 29일 오후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최형우와의 일문일답.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뭐라고 해야 할까. 혼자서 급했던 것 같다. 생각도 많았고. 컨디션이나 실력에 비해 생각이 앞서 나간 것 같다. 예를 들어 하나, 둘, 셋, 넷, 다섯 이런 식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하는데 하나에서 열으로 바로 가려고 했던게 아닌가 싶다. 모든게 내 탓이다.
-기대했던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마음고생도 심했을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의욕만 앞섰다. 돌이켜 보면 야구를 쉽게 생각했다. 작년까지 꾸준히 좋은 성적이 나왔고 전훈 캠프에서도 뜻대로 잘 되니까 야구를 쉽게 생각했었다. 야구라는게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데 말이다. 야구를 쉽게 생각한 것에 대해 혼나는 것 같다. 2008년 복귀 후 앞만 보고 달렸는데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여긴다. 진짜 제대로 혼났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우리 팀 4번 타자는 최형우"라고 무한 신뢰를 보냈다.
▲감독님께 정말 죄송하다. 감독님께서 나를 정말 많이 믿어 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했다. 수훈 선수 인터뷰 때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 너무 못했으니까. 감독님께 정말 죄송하면서도 끝까지 믿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타격감을 되찾는 듯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3안타 쳤을때 감을 잡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감이 좋아 친 것보다 없는 감에서 어떻게 하다 보니 나온 것이었다. 내가 나를 아는데 그건 아니었다.
-첫 홈런이 터지지 않아 의식하진 않았는가.
▲처음에는 조금 의식했었는데 15경기를 치른 뒤 신경 하나도 안 썼다. 아예 홈런 자체를 잊고 살았다. 여기(경산 볼파크) 올때까지 신경 하나도 안 썼다.
-혹시 2군행을 자청할 생각은 없었는가.
▲(1군 엔트리 말소) 1주일 전에 2군행을 자청할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그건 좀 아닌 것 같더라. 내가 먼저 "저 2군 가겠습니다"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오죽 답답하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다.
-류중일 감독을 비롯해 '타격할때 힘을 싣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보통 타자들이 타격감이 좋거나 정상 컨디션에서는 노리는 공이 들어오면 자신있게 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이라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 100 그대로 나온다. 하지만 방망이가 맞지 않을때면 혼자서 생각이 많아진다. 소심해진다고 할까. 안되니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직구를 노리고 있다고 치자. 한가운데 들어와도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못 치면 어떻게 하나', '잡히면 안되는데' 이런 식으로 생각이 많아져 내 힘을 못 주는 것이다. 멈칫하게 된다고 할까. 그러다 보니 넘어갈 것도 안 넘어가게 된다.
-최형우가 제 몫을 해줬다면 삼성의 성적은 달라졌다.
▲당연하다. 내가 잘 했다면 우리 팀 성적은 좋았을 것이다. 내가 제대로 못해 그렇지만 앞으로 뛸 경기가 더 많이 남아 있다.
한편 황병일 삼성 2군 타격 코치는 "슬럼프에 빠진 타자들은 파워 포지션(타격을 하기 위한 가장 좋은 자세)이 앞에 있는 경우가 많다. 최형우도 마찬가지"라면서 "작년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스테이 백 자세부터 하나씩 찾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고공 행진을 하기 위해서는 최형우가 제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30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1군에 복귀할 예정인 최형우가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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