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배긴' 김병현, 스플리터 쓰나 버리나 고민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5.30 10: 40

"아직 팔이 뻐근하다."
'핵잠수함' 김병현(33)이 피칭 후 다소 느린 회복 속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새롭게 장착한 스플리터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SK와 경기에 앞서 만난 김병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정민태 투수 코치로부터 스플리터를 배웠다. 까다로운 국내 좌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종으로 떨어지는 궤적의 변화구 장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김병현은 검지와 중지 사이에 살짝 끼워던지면 타자 앞에서 종으로 떨어지는 이 스플리터로 재미를 봤다. 두 번째 등판이자 국내 첫 선발 데뷔전이었던 지난 18일 목동 삼성전(4⅔이닝 3실점)에서 총 96개 중 10개를 스플리터로 던진 김병현이었다.
당시 볼을 받았던 포수 허도환은 "이승엽, 최형우 정도가 파울볼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타자들은 헛스윙을 하거나 그냥 흘려보냈다"고 말했다. 최고 147km 직구와 함께 스플리터가 위력적이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김병현은 지난 25일 목동 한화전(6이닝 1실점)에서는 총 82개의 볼을 던지면서도 이 스플리터를 던지지 않았다. 대신 체인지업을 사용했다.
이에 김병현은 자신의 팔 상태에 대해 "아직 뻐근하다"면서 "18일 등판 후 팔에 알이 배겼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 스플리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25일 등판 때는 체인지업만 던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 선발 때는 나흘 휴식 후 던질 수 있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그렇게 긴 이닝을 던져보지 않아서 그런지 회복이 더디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요새는 흑마늘 뿐만 아니라 추어탕 같은 보양식도 먹는다. 내일(30일)은 링거도 맞을 예정"이라고 예전 같지 않은 몸상태에 대해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미소를 짓긴 했으나 스플리터를 사용하는데 대한 부담감을 살짝 드러낸 셈이었다.
이에 정민태 투수 코치는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선수시절 안던지다가 다시 던지기 시작하면 뭉친 팔이 풀어지는데 오래 걸린다"는 정 코치는 "그럴 때 자꾸 미루면 안된다. 꾸준하게 3~4차례 던지면 다시 괜찮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병현이가 3번 정도를 던졌으니 이제 1~2번 정도만 더 던지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정 코치는 평소 김병현이 스플리터를 장착한 것에 대해 "투수는 변화를 빨리 읽고 미리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면서 "병현이가 스플리터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배운 것이다. 옛날 김병현에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고 거듭 설명해 왔다.
지난 18일 경기 모습을 지켜 본 김현욱 삼성 트레이닝 코치도 김병현의 스플리터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김 코치는 김병현의 전반적인 피칭에 대해 "반대투구가 있긴 했지만 병현이처럼 파워 피칭을 하는 사이드암 투수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볼의 무브먼트가 심하고 타자가 쉽게 공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게다가 겁 없이 몸쪽으로 슬라이더를 연거푸 던진다면 누구라도 부담을 가지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김 코치는 쌍방울 선수 시절이던 1997년 20승(2패) 포함 통산 71승 54홀드 22세이브를 기록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잠수함 투수였다.
그러면서 "김병현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떨어지는 구종일 것이다. 국내 좌타자를 상대하려면 1~2개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는 김 코치는 "그런데 스플리터가 좋더라. 체인지업도 던지는 것 같던데 괜찮았다. 좌타자에게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경기를 치를수록 점점 더 좋아질 것 같다. 그 정도라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김병현이 스플리터에 대해 느낄 필요성은 경기를 치를수록 점점 더 강해질 전망이다. 김병현으로서는 1~2번 더 등판해 피칭을 한 후 회복 속도를 비교해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물론 스플리터도 던져 봐야 할 것이다. 과연 김병현이 스플리터 고민을 떨쳐낼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