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연장’ 앤서니, 교두보 마련할 것인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5.30 09: 20

귀국 비행기를 탈 뻔 했던 투수. 그러나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다는 점과 활발한 성격을 바탕으로 한 친화력이 좋아 살아남았고 살아났다는 것을 인식한 첫 경기서 최고의 구위를 보여줬다.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우완 앤서니 르루(30)가 코리안 드림의 교두보를 마련할 것인가.
앤서니는 30일 잠실 두산전 선발로 예고되었다. 올 시즌 앤서니는 9경기 3승 4패 평균자책점 5.56(29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당초 대체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를 영입할 당시 교체 대상은 좌완 호라시오 라미레즈가 아닌 앤서니였다. 기본적으로 평균자책점이 높아 경기를 만드는 선발 투수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팀 내 평가였다.
그러나 소사가 KIA와 계약 합의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앤서니의 구위는 이전에 비해 확연히 달라졌다. 18일 사직 롯데전에서 실책 2개가 겹쳐 패하기는 했으나 5⅔이닝 6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3개) 4실점 1자책점으로 분전했던 앤서니는 이날 경기서 최고 153km의 묵직한 광속구를 보여주며 제 가치를 증명해보였다.

사실 지난 시즌 소프트뱅크 1군서 4경기 5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했던 앤서니는 빠르기에 비해 볼 끝이 가볍다는 평을 들었던 투수였다. 그러나 전지훈련서 좋은 딜리버리 동작으로 투구 기본기를 갖췄다는 평을 받으며 정식 계약에 성공했고 목에 퇴출의 칼이 들어온 순간 진가를 발휘했다. 앤서니는 24일 광주 한화전서도 6이닝 5피안타(탈삼진 8개, 사사구 3개) 3실점으로 호투하며 153km를 스피드건에 새겼다.
속칭 잘릴 뻔 했던 앤서니는 소사 계약 후 150km대 광속구를 선보이며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현재 선발진이 전체적으로 약화된 모 구단은 “저 정도 구위면 단연 우리 팀 1선발”이라며 KIA를 부러워했다. 그만큼 최근 앤서니의 상승세는 그야말로 괄목상대다.
그러나 아직 KIA는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단 한 장 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미국 애리조나 1차 전지훈련에서 데려갔던 좌완 알렉스 그라만은 테스트용 선수였기 때문. 라미레즈를 교체하며 데려온 소사는 교체 첫 카드다.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남아있는 만큼 앤서니는 아직 자신의 2012시즌 고용 안정을 마음 놓고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올 시즌 앤서니는 두산전서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7.15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2일 광주 경기서 앤서니는 6이닝 8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2개) 7실점 5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된 바 있다. 당시 맞대결한 두산 선발은 30일 대결 상대인 우완 김승회다. ‘설욕’과 ‘자리 굳히기’ 두 마리 토끼가 걸린 앤서니의 30일 등판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15시즌 째가 되는 2012년 페넌트레이스. 리그 경기력과 외국인 선수 수준이 높아지며 이제는 단순한 운동능력이나 힘보다 리그와 팀에 대한 적응력이 외국인 선수의 더 큰 성공 척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팀 융화력에서는 수준급 점수를 얻고 있는 앤서니가 다시 얻은 기회에서 코리안 드림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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