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역시 이승엽이었다.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36)이 다시 한 번 해결사 본능을 드러내며 '슈퍼스타'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승엽은 지난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코리안특급' 박찬호를 강판시키는 2타점 적시타에 이어 9회에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까지 터뜨리는 등 5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팀의 10-2 완승을 이끌었다. 안타 2개가 모두 한화에는 치명타였다.
▲ 박찬호, 딱 한 방이면 충분했다

이승엽은 이에 앞서 5일 대구 경기서는 박찬호에게 3타수 무안타로 철저하게 눌렸다. 리턴매치가 된 29일 대전 경기에서도 첫 2타석에서 각각 뜬공과 땅볼. 5연타석 무안타로 막혔지만 박찬호를 무너뜨리는 데에는 딱 한 방이면 충분했다. 박찬호가 수세에 몰려있던 3회 2사 만루에서 5구째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중간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 한 방으로 박찬호는 올 시즌 처음 4회를 버티지 못하며 최소이닝으로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5연타석으로 물러날 때만 하더라도 무기력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상대를 무너뜨리는 한 방으로 슈퍼스타다운 해결사 기질을 과시한 것이다. 상대 전적은 6타수 1안타이지만 그 1안타가 박찬호에게는 치명타가 됐다. 승부처에 강한 이승엽의 해결사 본능이 드러나는 대목. 9회에는 5경기 출장정지 징계에서 돌아와 첫 등판을 가진 송신영의 첫 상대 타자로 나와 시즌 9호 우월 솔로 홈런을 작렬시켰다. 이미 승부가 기운 상황이었지만 한화의 기를 완전히 꺾는 또 한 방의 결정타였다.
▲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다
최근 19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고 있는 이승엽은 타율(0.365)·안타(58개)·장타율(0.623) 2위, 홈런(9개)·타점(33점)·출루율(0.428) 4위 등 공격 주요 부문에서 4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도루도 5개나 기록하는 등 전방위 활약 속에 삼성 타선을 이끄는 절대 중심으로 자리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승엽은 만족을 몰랐다. 그는 "운 좋게 안타가 하나씩 나오며 타율이 유지되고 있다. 크게 나쁜 건 없지만 그렇다고 충분히 좋은 것도 아니다"고 현재의 타격감을 표현했다.
이승엽의 '자기불만족'은 타격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이승엽은 타격을 마친 뒤 덕아웃에서 아쉬움을 나타내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팬들은 이승엽의 끝없는 승부근성에 감탄했다. 하지만 정작 이승엽은 "경기장 내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 감정을 감출 필요가 있는데 너무 과욕해서 신중치 못한 모습을 보였다. 감정을 좀 안으로 넣어야 할 것 같다"고 자책했다. 그라운드에서 비치는 자신의 작은 모습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었다.

▲ 류현진, 한 번 붙어보고 싶다
한화는 오는 31일 3연전 마지막 날 에이스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다. 이승엽과 첫 투타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이승엽도 누구보다 류현진과 승부가 기다려진다. 그는 "어느 정도 좋은 투수인지 직접 붙어보고 싶다. 치고, 못 치고를 떠나 한 번 붙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처음으로 상대하게 되는데 어떤 투수인지 궁금하고 기대된다"며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와 승부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승엽의 최근 타격감이라면 못칠 공이 없다.
이승엽이 명불허전의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소속팀 삼성은 7위에서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팀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이승엽도 흥이 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푸른 피의 사나이답게 삼성이라는 팀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이 분명했다. "우리보다는 오히려 밖에서 더 민감한 것 같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7~8월 여름에 강하다. 매경기 최선을 다하며 내일을 생각하다 보면 좋은 분명히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이승엽의 말이다. 이승엽이 한 말이라면 무조건 믿어 볼 만하다. 그는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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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