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닝 3사구(死球).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에게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시작된 19년 프로 경력 이래 처음있는 일이었다.
박찬호는 지난 29일 대전 삼성전에 선발등판했으나 3⅔이닝 7피안타 1볼넷 3사구 1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다. 데뷔 후 최소 투구이닝으로 조기강판됐다. 1~3회까지 1실점으로 막았지만 4회 갑작스럽게 무너지며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몸에 맞는 볼 3개가 문제였다.
3회까지 투구수가 60개로 조금 많았지만 4피안타 1볼넷에 1실점으로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했던 박찬호는 그러나 4회초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선두타자 강봉규에게 머리 쪽으로 향하는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44⅔이닝 동안 몸에 맞는 볼이 하나밖에 없었던 박찬호였다. 지난 23일 광주 KIA전에서 3회말 이범호를 몸에 맞힌 것 외에는 사구가 없었다.

하지만 강봉규를 초구에 손에서 빠지는 공으로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며 좋지 않은 조짐을 보였다. 결국 후속 조영훈에게 안타, 조동찬에게 희생플라이, 박한이에게 적시타를 맞고 3실점까지 내줬다. 문제는 계속된 2사 2루에서였다. 정형식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는데 6구째 슬라이더가 제구가 되지 않아 타격하러 나온 정형식의 왼쪽 발등을 맞혔다.
심리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박찬호는 곧이어 나온 박석민에게도 초구에 왼쪽 팔꿈치를 직격으로 맞히고 말았다. 2타자 연속 사구는 처음. 4회에만 강봉규·정형식·박석민에게 3개의 사구를 허용했다. 4회 시작 전까지 47⅔이닝 동안 사구가 하나밖에 없던 박찬호가 4회 한 이닝에 사구 3개로 무너진 건 아주 보기 드문 일이었다.
실제로 박찬호의 커리어를 통틀어도 1이닝 3사구는 처음이었다. 지난 1994년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는 2010년까지 17년을 빅리그에서 뛰는 동안 1이닝 3사구가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에서도 마찬가지. 텍사스 시절이었던 지난 2004년 5월20일(한국시간) 캔자스시티전에서 사구 3개를 허용한 적이 있지만 2회·4회·7회 나눠서 준 것이었다. 이날처럼 한 이닝에 몰아서 나오지는 않았다.
한국프로야구에서도 1이닝 3사구는 보기 드문 기록이다. 1983년 8월2일 대구 OB전에서 삼성 권영호가 5회 사구 3개를 내준 게 최초. 이후 1988년 삼성 양일환, 1991년 태평양 정명진, 1991년 LG 문병권, 1999년 현대박장희, 1999년 쌍방울 김경진, 1999년 한화 정민철, 2000년 한화 한용덕·허진석, 2002년 한화 이상목, 2006년 삼성 제이미 브라운, 2007년 KIA 손영민·윤석민, 2009년 한화 허유강까지 14명에 불과했다. 박찬호가 역대 15번째 1이닝 3사구 투수가 된 것이다.
이날 경기 후 박찬호는 "제구가 되지 않아 몸에 맞는 볼이 많았고 위기를 자초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로서도 처음있는 일이라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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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