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는 희생플라이만 치면 된다?”
롯데 양승호 감독이 새로운 4번 타자론을 제시했다.
양 감독은 29일 사직 LG전을 앞두고 “홍성흔이 24일 삼성전 득점찬스에서 희생플라이를 치고 아쉬워하는 기사를 봤는데 감독 입장에선 그것도 감사할 뿐이다”며 웃었다.

양 감독은 지난 25일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을 앞두고 타격 슬럼프에 빠졌던 홍성흔을 다시 4번 타자로 기용했다. 양 감독은 “지난 금요일 오전에 성흔이에게 문자 메시지로 다시 4번에서 칠 것을 통보했다”면서 “삼진 먹어도 좋으니 마음껏 휘두르라고 강조했는데 3연전 내내 정말 잘 휘둘렀다”고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실제로 홍성흔은 4번타자로 복귀 후 4경기에서 홈런 2개 포함 15타수 7안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양 감독은 “성흔이를 4번 타자로 복귀시키며 현역시절 일기를 돌아봤다. 80년대 초반 해태에서 뛸 당시 나도 우연찮게 4번 타자로 뛴 적이 있었더라”며 “당시 김응룡 감독님께서 7, 8번 타자였던 나를 파격적으로 4번 자리에 놓으셨다. 4번 자리에 부담을 느끼고 있자 감독님이 ‘4번 타자는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만 불러들이면 된다’며 호통 치셨던 것을 기억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 감독은 “감독 입장에선 최상의 경우와 최악의 경우를 모두 생각한다. 성흔이가 희생플라이에 만족하지 않고 있지만 당시 최상의 경우는 홈런, 최악의 경우는 병살타였다. 결과적으로 병살타가 아닌 희생플라이를 쳤기 때문에 성흔이는 자기 역할을 다한 셈이다”고 홍성흔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홍성흔은 양 감독의 변호에도 지난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홍성흔은 24일 삼성 배영수와 승부한 순간을 회상하면서 “정말 쳐서는 안 되는 볼이었다. 그야말로 어중간하게 공이 높게 들어왔는데 나도 어중간하게 타격했다. 보통 치기 좋은 볼이 오면 준비 자세부터 타격까지의 과정이 제대로 이뤄진다. 그러나 당시에는 나도 모르게 급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라며 여전히 자신을 자책하는 모습이었다.
전폭적 지지를 아끼지 않는 감독과 좀처럼 만족하지 않는 선수. 양 감독의 믿음 속에 홍성흔은 올 시즌 타율 3할3리 6홈런 36타점을 기록하며 롯데의 새로운 4번 타자로 자리매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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