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 “이윤지의 재발견? 발견이었으면 좋았을 걸” [인터뷰]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2.05.30 07: 22

예쁘고, 성격 좋고, 거기다가 공부까지 잘한다. 완벽하다 못해 질투 섞인 시선까지 받는 배우 이윤지(28)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났다. 데뷔 10년간 별다른 스캔들이 없으며, 연예인에게 한번쯤 지나간다는 안티 세력의 급증도 없었다. 그렇다면 정답은 하나,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못해 판에 박힌 듯한 생활을 한다는 것.
그런데 이 여자, 드라마 ‘더킹 투하츠’ 이재신보다 더 매력적이고 더 솔직했다. 시청자들은 이재신의 하반신 마비로 인한 오열에 울었고 그의 당당한 사랑 고백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그는 2개월 동안 MBC 수목드라마 ‘더킹 투하츠’를 통해 배우 이윤지의 매력을 한없이 발산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또 공주 역이었다. 입헌군주제라는 가상 설정으로 큰 인기를 누린 드라마 ‘궁’(2006)에서 이윤지는 성격 좋은 혜명공주 역을 연기했다. 그리고 6년 만에 다시 자존심이 강하고 자유분방한 이재신을 맡았다. 이러니 이 작품이 이윤지라는 배우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쉽사리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윤지는 달랐다. 하반신 마비가 된 후 힘을 억누르면서 오열하는 연기는 시청자들을 울렸다. 그리고 ‘이윤지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극찬이 쏟아졌다. 본인은 예상을 못했다지만, 시청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배우 이윤지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혹자는 데뷔 10년 만에 대표작이 생겼다고도 했고, 조정석과 함께 ‘더킹 투하츠’의 수혜자라고도 했다.
“장난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발견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해요. 제가 몇 살인데...(웃음) 사실 재발견이든 발견이든 그런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정말 좋죠. 저는 늘 제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캐릭터에 임하는 자세라든가 연기력이든가 부족한 면이 있었죠. ‘더킹 투하츠’를 통해서 제 배우 인생의 적기가 온 것 같아요. 물론 그 적기는 제작진과 함께 연기했던 선후배들 덕분에 만들어졌죠.”
납뜩이 덕분에 은시경앓이 벗었다
 
이번 드라마에서 이윤지는 왕실근위중대장 은시경 역의 조정석과 연인 연기를 했다. 연인이라기엔 달달한 로맨스가 적었지만 그 어떤 로맨스 드라마보다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인터넷에는 이윤지의 팬들도 조정석의 팬들도 실제로 두 사람이 사귀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는 글들이 쏟아졌다.
이윤지는 “이번 드라마에서 단 한번도 내가 예쁘게 보이려고 한 적이 없다”면서 “물론 조정석 오빠도 멋있게 보이려고 한 적이 없다. 사실 배우들끼리 욕심도 부릴 수 있는데 서로 작품만 생각했다”고 유난히 호흡이 잘 맞았던 이유를 설명했다.
하반신 마비 후에도 공주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재신과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로 인해 사랑에 대한 자신감마저 없는 시경,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더킹 투하츠’ 속 이 커플은 이윤지와 조정석을 통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이윤지는 촬영 후에 재신이라는 인물을 버리는데 쉽지 않았다.
“작품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촬영이 끝나자마자 영화 ‘건축학개론’을 봤거든요. 우리의 납뜩이님이 저를 작품에서 끄집어내주셨어요. 바로 현실로 돌아왔죠. 미리 보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에요.(웃음)”
조정석은 ‘건축학개론’에서 유쾌하고 다소 엉뚱한 납뜩이 역으로 스크린에 웃음 주의보를 내렸다. 이런 까닭에 이윤지는 캐릭터 몰입에 방해될까봐 조정석이 연기하는 납뜩이를 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촬영장에서 조정석은 장난으로 납뜩이 연기를 보여주려고 했지만 이윤지가 한사코 거절했다고.
이윤지는 “촬영 할 때는 정말 내 마음 속에 은시경 뿐이었다”면서 “물론 유쾌하고 성격 좋은 조정석도 멋있지만 은시경이 더 멋있다. 그래서 환상을 깨지 않기 위해 납뜩이 연기를 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엄친딸 이윤지, 가체 쓰고 수업 들은 적...
 
현재 이윤지는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극학을 공부하고 있다. ‘더킹 투하츠’의 빡빡한 촬영 속에서도 시험을 치렀을 정도로 열성적인 학생이다. 이윤지 하면 ‘엄친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꾸만 사람들이 모범생이라고 하니까 엄청 피곤해요. 가끔 학교도 빠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전 그럴 수가 없어요. 심지어 가체 쓰고 수업에 들어간 적도 있었죠.”
드라마 ‘대왕세종’ 촬영 당시 이윤지는 시험을 보기 위해 무거운데다가 반짝반짝 금장이 박힌 가체를 쓰고 학교에 갔다. 무거운 머리를 한 채 이윤지는 그렇게 시험까지 치렀다. 이제 이윤지가 화보 촬영 중에 누가 보면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진한 화장을 하고 수업에 들어가는 것은 중앙대학교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익숙한 일이 됐다.
이윤지는 욕심이 많은 배우다. 연기력 칭찬을 들어도 아직 자신은 연기자로서 초입에 있을 뿐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마지막으로 힘이 닿는 데까지 할 수 있는 역할은 가리지 않고 도전하고 싶다면서 이윤지다운 꿈을 밝혔다.
“저는 제게 큰 점수를 주는 편이 아니거든요. 정말 열심히 해서 대중에게 꾸준히 제 연기를 보여드리고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하고 싶어요. 정말 욕심 같아서는 시청자들이 제가 나온다는 이유로 안심하고 TV 채널을 선택하실 수 있게, 관객이 안심하고 영화 티켓을 살 수 있게, 그렇게 연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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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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