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도 하나의 인격체인데 마음 다치게 해서 뭐가 좋겠습니까".
김시진(54)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최근 4연패를 하면서도 선수단 미팅을 한 번도 소집하지 않았다.
넥센은 지난 24일 잠실 LG전부터 27일 목동 한화전까지 내리 4연패에 빠졌다. 8연승 뒤의 4연패였기에 더욱 충격이 컸다. 게다가 29일부터 1위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29일 목동 SK전을 앞두고 김 감독에게 '선수단에게 전한 말이 있냐'고 묻자 "졌을 때는 미팅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돌아왔다. 김 감독은 "모아놨다가 이겼을 때 몰아서 한다"고 웃으면서 "졌을 때 자신들도 답답할 텐데 내가 뭐라고 하겠냐"고 말했다.
결국 선수들에 대한 배려와 믿음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도 하나의 인격체다. 마음 다치게 해서 뭐가 좋겠나. 어차피 매일 야구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다. 자신이 문제를 가장 잘 알고 해결책을 찾고 있을 것"이라며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김 감독의 리더십은 산전수전 끝에 얻은 것이다. 이미 하락세에 접어든 현대를 맡아 팀 해체를 겪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히어로즈가 창단됐으나 선수들이 하나둘씩 떠나며 선수층이 얇아졌다. 안그래도 자신감을 잃은 선수단을 다그칠 수 없는 수장은 대신 선수들을 믿었다.
김 감독의 마음이 통했을까. 절치부심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8회까지 1-2로 뒤져있었으나 9회 동점, 10회 역전에 성공하며 3-2 승리를 거두고 1위 SK와 승차없이 승률에서 3리 뒤진 2위로 다시 올라섰다.
지난해 최하위였던 넥센이다. 넥센이 달라졌음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뒤집기 한 판이었다. 그 뒤에는 선수들을 독려하는 김시진 감독과,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열심히 하는 선수들, 그리고 그 사이를 끈끈히 다져주는 코치진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