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차이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던 투수다. 기량이 싹을 피우는 순간에는 병역 의무를 해결하기 위해 늦은 나이에 공익근무로 입대했고 소집해제 후에는 투구패턴을 바꾸고 다시 자리를 잡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땀이 많은 체질이라 '땀승회'라는 별명을 지닌 김승회(31, 두산 베어스)가 비로소 프로 투수로서 제대로 된 성공시대를 일구고 있다.
김승회는 30일 잠실 KIA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며 사사구 없이 3피안타(탈삼진 3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3승(2패, 30일 현재) 째를 거뒀다. 7회초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으나 최희섭, 안치홍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낸 뒤 나지완을 유격수 땅볼로 일축한 것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배명고-탐라대를 거쳐 2003년 2차 6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승회는 데뷔 초기 팔꿈치 수술 후 2006년 61경기 6승 5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하며 전천후 투수로 팀에 보탬이 되었다. 그러나 이 때 팀이 주포 김동주의 어깨 부상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5위에 그쳤던 해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 실패했다.

2007시즌 후 공익근무 입대를 결정했던 김승회는 2010년 1월 소집해제했으나 한동안 제 구위를 찾지 못해 고전했다. 공익근무 이전 김승회는 변화구 옵션이 부족했던 대신 150km 이상의 묵직한 직구를 던지며 타자를 제압했던 파워피처였으나 투구 밸런스를 잃어버려 한동안 1군 전력으로도 평가받지 못했다.
김승회가 비로소 1군에서 다시 기회를 잡은 것은 지난해 중반부터다. 김승회는 지난해 중반부터 선발 로테이션에도 가담하며 24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4.68을 기록했다. 평범한 성적이었으나 체인지업과 커브, 포크볼 등을 직구 타이밍에서도 거침없이 구사하며 새로운 야구인생을 꾀했다.
김진욱 신임 감독의 취임과 함께 선발진 후보로 꼽힌 김승회는 전지훈련서 어깨 통증으로 인해 잠시 고전하기도 했으나 빠르게 감각을 찾아가며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리고 김승회는 현재 거의 매 경기서 선발로 내용이 좋은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3경기 연속 7이닝 투구 중인 김승회. 1경기 7이닝 소화는 그의 커리어하이 기록이다.
경기 후 김승회는 "컨디션이 좋았고 한 회 한 회 집중하면서 던진 것이 주효했다. 볼의 회전력도 다른 날보다 좋았고 의지의 주문에 자신있게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전지훈련 당시 10승을 목표로 삼았는데 그 목표를 향해 더욱 나아가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손시헌, 이종욱, 정재훈 등 국가대표 경력에 프리에이전트(FA) 대박까지 친 동기생들에 비해 김승회는 아직도 다른 야구팬들에게 낯선 선수다. "이제는 저도 야구를 잘 해서 친구들처럼 이름을 알려야지요"라며 순박한 웃음을 짓는 김승회. '대기만성 땀승회'의 프로 선수 인생은 지금이 본격적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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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