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대작 '각시탈'이 드디어 베일을 벗고 안방극장을 뒤흔들었다.
30일 첫 방송된 KBS 2TV 새 수목드라마 '각시탈'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제대로 뒤엎으며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날 첫 회는 조선과 일본의 병합에 공을 세운 애국지사 이공의 영결식에서 장례 행렬을 경호하던 종로서 경부보 이강토(주원 분)가 시신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고 달아다는 오목단(진세연 분)을 뒤쫓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성대히 치러져야 마땅할 장례식에 불경스런 일을 저지르고 달아나던 여인을 가까스로 잡은 이강토는 그녀가 한 달 전 사형선고를 받고 각시탈의 도움으로 법정에서 탈출한 독립군대장 목담사리의 딸임을 알게 됐다. 강토가 그녀를 체포한 순간, 때마침 말을 타고 나타난 각시탈이 그녀를 구해 홀연히 사라졌다.
과거 이강토는 독립 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역시나 독립 운동에 가담했다가 바보가 된 형 이강산(신현준 분)을 보며 식민지 조국에 환멸을 느끼고 대일본제국에 충성을 맹세하기로 다짐했다. 돈 없고 백도 없지만 무술 실력을 연마해 결국 순사가 됐고 테러 분자들을 체포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실력을 인정받은 끝에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된 경성 최고의 차도남이 됐다. 그 결과 낮에는 순사로 맹활약하고 밤에는 최고급 슈트에 자동차를 몰고 여인들을 끼고 사는 사교계의 황태자로 등극한 것.
그런 가운데서도 바보 형을 아끼는 마음은 남달랐다. 시장 통에서 사람들에게 놀림을 당하며 맞고 있는 형의 모습을 보곤 분노를 폭발시켰다. 형을 바보로 만든 일본에 충성해 번 돈으로 호의호식을 하는 그의 처치를 비난한 모친을 향해 "조선이 뭔데 그까짓 게 뭔데. 내 깜냥엔 해보겠다는 데 살아보겠다는 데!"라고 호통 치고는 가출도 감행했다. 그리고 친구 기무라 슌지(박기웅 분)를 찾아가 마음을 달랬다.
이날 첫 회에서는 과거 총명했던 이강산이 경성제대 법대에 입학하기까지 물심양면 보필하며 훈훈한 형제애를 보여줬던 이강토의 어린 시절부터 목단과 강토의 첫 만남, 그리고 일본인 교사 기무라 슌지(박기웅 분)와 강토의 우정, 그리고 목단을 사이에 둔 엇갈린 관계 등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빠르게 전개되며 몰입도를 높였다.
100억 대작답게 시대적 배경이 고스란히 담긴 세트부터 소품, 엑스트라 한명까지 정성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바보와 각시탈로 이중생활을 하는 이강산, 신현준과 그의 정체를 모른 이강토, 형제가 맞서 벌이는 액션신은 화려한 눈요기를 제공하기도. 또한 원작을 가진 만큼 탄탄한 스토리가 보는 내내 눈길을 뗄 수없게 긴장감을 유지시켰다.
여기에 순수했던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잃고 형이 망가지면서 세상에 대한 적개심과 야망으로 똘똘 뭉쳐 대일본제국에 충성하는 순사로 변모한 이강토의 성장 과정과 심리 변화를 탁월하게 표현한 주원의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다. 뿐만 아니라 바보와 각시탈로서 이중생활을 해나가는 이강산 역의 신현준 역시 연기파답게 1인 2역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 찬사를 이끌어냈다.
한편 '각시탈'은 허영만 화백의 1974년 동명 만화를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를 배경으로 무술에 능한 주인공 이강토(주원 분)가 일제에 맞서 활약하는 모습을 그려간다. 이미 검증된 허영만 화백의 작품인데다 제작비 100억 원이 투입돼 또 하나의 웰메이드 드라마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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