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9월 26일. 전주시의 각종 호텔 및 숙박업소는 마비가 됐다. 전북 현대와 우라와 레즈의 아시아축구연맹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 경기가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렸기 때문이다. 당시 우라와 레즈를 응원하기 위해 일본에서 약 3000여 명의 팬들이 전주를 찾았다. 일부는 서울에서 머물고 있었지만 대부분 전주에서 하루 숙박을 하고 경기를 지켜봤다. 숙박업소들은 갑작스러운 호재를 누렸다. 또 경기장을 찾아오기 위한 택시 행렬도 대단했다. 경기장을 지나는 마땅한 대중 교통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 2006년 ACL 정상에 등극한 뒤 전북은 대대적인 선수단 보강에 나선다. 조재진 이동국 김상식 등 뛰어난 선수들이 해마다 가세하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늘어났다. 그 결과 전북은 2009년 창단 15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오른다. 모든 미디어가 전북의 우승을 칭찬했다. 게다가 전북은 2011년에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전북은 K리그의 강팀이다. 그래서 어느 팀 보다 뉴스가 많이 나온다. 태생적으로 불리한 지방구단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팀 이상으로 많이 언급된다. 포털 사이트에서도 전북을 치면 연관검색어로 축구단이 가장 먼저 뜬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대자동차가 전북에 많은 지원을 하면서 성적이 좋아졌고 인기 구단으로 발돋움하고 있기 때문이다.
# 2011년 11월 5일. 전북과 알 사드의 2011 ACL 결승전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은 개장 최초로 클럽경기로 만원을 이뤘다. 전북 고유의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관중들은 하나같이 '전북'을 외치면서 열성적인 응원을 보냈다. 심지어 이날 경기장에는 종교 단체까지 등장했다. 홍보에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특히 ACL 경기는 아시아 지역 모든 미디어의 전파를 탄다. 가시청자가 2억 명이 넘는데 중계 방송을 통해 쉴 새 없이 전북의 경기력을 칭찬한다. 또 올해에는 전북의 경기를 찍기 위해 중국 일본 태국 등의 미디어가 약 100여 명 이상 방문했다. 전라북도 홈페이지에는 중국 단일 방송국 10명이 왔다고 자랑한다.

# 평균적으로 K리그에서 홈 경기를 열려면 대략 5000만 원 정도의 예산이 든다. 경기장 대관료를 비롯해 아르바이트생 보수 등 부대비용 포함이다. 일반적으로 일년에 20회의 홈 경기를 치르므로 연간 비용은 대략적으로 추산할 수 있다. 주차 관리, 경호원 업체를 비롯해 경기를 알리는 플래카드를 만드는 업체도 모두 전주시나 전라북도에 속해 있어 전북 축구단이 지자체의 수입도 올려주고 있다. 그래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프로 스포츠단 유치이기도 하다.
전라북도는 지난 30일 이례적인 기자회견을 가졌다. 바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POP 공연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전라북도 이종석 문화체육관관국장은 "6월 8일로 예정된 전주월드컵경기장 K-POP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공연으로 잔디가 훼손돼 축구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 공연장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축구팬과 도민들의 요구에 대한 전라북도의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국장은 "애초에 전주종합경기장을 공연장으로 검토했으나 특색 없는 경관으로 시청자에게 어필할 만한 무대 구성이 어렵다고 제작진이 난색을 표했고, 대학교 운동장은 안전 문제가 취약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전주월드컵경기장을 공연장으로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전라북도는 이번 공연에 4억 원 가량의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방문의 해라는 명분을 내세워도를 적극 홍보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 앞장 서서 전라북도를 홍보한 축구단에 대해서는 일절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시즌 개막전이나 결승전 등에는 전북 도지사와 전주 시장이 경기장을 방문했다. 관중이 많으니 개인 홍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축구단의 사정은 봐주지 않는다.
전라북도 홈페이지 초기화면에는 2012 전북 방문의 해라고 적혀 있다. 2012가지 이야기가 숨어있는 전라북도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2012가지의 이야기 중에는 축구장에서 공연하다가 잔디가 망가져 경기를 못하게 된 것도 포함시켜야 한다.
축구팬들이 K-POP 공연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즐거울 수 있다. 그러나 전라북도에서 4억 원을 들여 유치한 공연이 도의 이미지 제고에 보탬이 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돌 가수들이 '전북'이라는 이름을 외칠 리 만무하다. 또 4억 원을 쓸 수 있다면 축구를 위한 지출도 늘려야 한다. 지자체는 알아주지 않는데 '전북'이라는 이름을 달고 매년 수십 억 원씩 지출하는 기업도 있으니 말이다.
잔디 훼손 우려는 표면적인 이유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잔디 문제도 쉽고 올바른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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