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⅓이닝 연속 무볼넷' 이명우, 뱃살빼고 '활짝'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5.31 06: 21

야구계에는 이런 속설이 있다. 팀 전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를 받는 선수가 만약 빠진다 하더라도 그 자리를 누군가가 채운다는 것이다. 야구 전문가들도 현재 1군 엔트리에 이름이 올라와 있는 후보 선수에 주전자리를 맡겨 출전시킨다 해도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기회는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왔을 때 준비된 자만 잡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롯데 자이언츠 좌완 이명우(30)는 올 시즌 제대로 기회를 낚아챘다. 지난해는 주로 점수 차가 큰 상황에서 등판했던 이명우지만 올해는 롯데 불펜진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 정대현이 빠지고 강영식이 부진한 롯데 불펜에서 김성배와 함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 이명우의 성적은 29경기에 출전, 19⅔이닝을 소화하며 3홀드 평균자책점 2.75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까진 주로 좌완 원포인트로 활약했고 올 시즌 초반도 좌타자만 상대하고 들어가는 일이 잦았지만 호투를 펼치는 날이 많아지며 자연히 투구 이닝도 늘어갔다. 최근에는 1이닝씩 던지는 경우가 많아졌고 30일 사직 LG 트윈스 전은 3⅓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선보였다.

30일 경기에서 롯데는 강민호의 연장 11회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3-2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스포트라이트는 끝내기를 기록한 강민호에 쏠렸지만 이명우의 호투가 없었다면 이날 롯데의 승리는 점치기 힘들었다. 2-2로 맞선 7회 1사 1루서 투수 최대성이 다리 쪽에 통증을 호소했고, 이명우는 갑자기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박용택을 삼진으로 처리한 이명우는 연장 10회 2사까지 사구 하나만 내줬을 뿐 안타 없이 삼진 4개로 3⅓이닝을 막아냈다. 3⅓이닝 투구는 올 시즌 개인 최다 기록이며 지난 2010년 4월 28일 사직 넥센전 선발로 나와 5⅓이닝을 던진 이후 최다이닝 투구다.
이명우가 돋보이는 점은 올 시즌 아직 볼넷이 단 하나도 없다는 점 때문이다. 불펜투수에게 볼넷이란 치명타가 돼서 돌아온다. 정면승부를 하다 안타를 맞는 게 차라리 낫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런 점에서 이명우는 확실한 승리조 불펜이 될 만하다. 최고 구속은 140km대 초반에 머물지만 정교한 제구력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이 일품이다.
올 시즌 19⅔이닝동안 단 하나의 볼넷도 내주지 않은 이명우는 지난해 기록까지 포함하면 현재 20⅓이닝 연속 무볼넷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이명우가 상대한 타자만 하더라도 83명, 정교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이명우는 바깥쪽 승부를 걸어오고 지금까진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 참고로 역대 최장 무볼넷 연속기록은 1986년 빙그레(현 한화) 이상군이 세웠던 48⅓이닝이다. 이명우는 그 절반쯤 온 셈이다.
시즌 전 이명우는 양승호 감독과 뱃살을 빼고 왕(王)자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다. "기침을 하면 복근이 살짝 드러난다"고 이명우는 항변하지만, 결국 왕자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대신 100kg까지 나가던 체중을 93kg으로 줄였고,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명우는 "몸이 가벼워지며 투구 밸런스가 좋아졌다"고 말한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양 감독은 "작년까지 이명우가 와인드업 할 때 뱃살이 오른쪽 무릎에 걸려서 불편했다고 한다. 그런데 뱃살이 쏙 빠지니 당연히 밸런스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만족스런 미소를 짓는다.
활약의 경위야 어쨌든 중요한 건 지금 이명우는 자신감까지 얻었다는 점이다. 강속구는 없어도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제구력으로 1군 무대를 헤쳐 나가고 있다. "올해는 좀 길게 던져보고 싶다"고 말했던 이명우의 소망이 점차 실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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