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김진현(25, 세레소 오사카)이 세계최강 스페인을 상대로 가진 A매치 데뷔전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 위치한 스타드 드 스위스에서 열린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1-4로 완패했다.
한국은 다음달 4일까지 스위스 이베르동 레 방에서 전지훈련을 가진 뒤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위해 카타르로 이동한다.

김진현은 조광래 전 감독 시절부터 대표팀을 드나들었지만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대표팀에는 부동의 주전 정성룡(수원)과 김영광(울산)이라는 높은 벽이 있었기 때문. 김진현이 대표팀에서 출전한다는 것은 하늘에서 별따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었다. 스페인과 평가전에 선발로서 골키퍼 장갑을 끼게 된 것.
주전 골키퍼 정성룡이 K리그 일정을 소화하고 오는 바람에 대표팀에 합류한 지 3일밖에 되지 않았고 전날 가진 공식훈련에서 경미한 허리 부상을 당했다. 게다가 김영광은 소속팀 울산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치르느라 다음달 1일이 되어야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 것. 남은 골키퍼는 김진현뿐이었다.
김진현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A매치 데뷔전이라는 것도 그랬지만 하필 상대가 세계최강의 스페인이었기 때문. 엄청난 전력의 차이로 스페인의 열띤 공세가 쏟아질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스페인의 공격을 최후에서 막아내야 하는 김진현에게는 고비였다.
하지만 기회이기도 했다.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었다. 김진현으로서는 부담감을 이겨내야 했다. 김진현은 그 부담을 적절하게 이겨냈다. 비록 4골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1골은 페널티킥이었고, 1골은 산티아고 카솔라의 재치있는 프리킥을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2골 또한 김진현의 처리 미숙보다는 골이 나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다 골이 나왔다
심리적으로 압박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김진현은 잘 버텨냈다. 스페인의 파상공세 속에서 김진현은 한국의 골대를 잘 지켰다. 스페인이 경기 내내 20개의 슈팅을 퍼부었지만 김진현은 4개의 선방으로 응수했다. 비록 팀의 완패로 결코 만족할 수는 없었지만 그 어떤 데뷔전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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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