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습의 빠르기는 괜찮았다. 하지만 패스의 정교함이 떨어진 역습은 힘이 되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 위치한 스타드 드 스위스에서 열린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1-4로 완패했다.
한국은 다음달 4일까지 스위스 이베르동 레 방에서 전지훈련을 가진 뒤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위해 카타르로 이동한다.

한국은 원톱으로 지동원, 좌우 측면에 염기훈과 남태희를 배치시켰고 처진 스트라이커로 손흥민을 기용했다. 스페인이 높은 점유율과 거센 공세를 퍼부을 것이 분명한 만큼 수비를 단단히 하고 빠른 역습으로 스페인의 골문을 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노림수는 적중하지 못했다. 빠른 스피드는 인정할 만했지만, 공격 전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빠른 전개에 치중하다보니 패스의 정확성이 떨어진 것. 스페인 선수들은 한국이 전개하는 패스를 사전에 알았다는 듯이 길목에서 차단, 오히려 더욱 빠른 역습을 시도해 한국 수비진을 흔들었다.
경기 전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한국은 강한 체력과 빠른 스피드를 가진 팀이다"고 평했다. 하지만 "빠른 팀은 기술적인 정교함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약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델 보스케 감독이 지적한 바가 그대로 나타난 셈이었다. 한국은 빠른 역습에 치중한 나머지 가장 기본이 되는 패스의 정확성을 놓쳤다. 힘들게 상대 진영까지 돌파를 했음에도 위협적이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시간이 흐를수록 패스의 정확성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스페인에 비해서는 크게 낮았고, 동시에 스피드 또한 떨어져 공격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반면 스페인은 길고 짧은 패스를 모두 정확히 연결하며, '한국에 공격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표본을 보여줬다.
분명 스페인은 세계최강이다. 다음달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상대할 카타르·레바논과는 차원이 다른 팀이다. 하지만 기본은 같다. 스페인에는 역습 속에서 정확한 패스가 요구된 것처럼 카타르와 레바논에는 밀집 수비 속에서의 정확한 패스가 요구된다. 한국으로서는 속도의 보존 속에 패스의 정교함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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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