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번이나 경험하게 되는 FA 말년병장”.
롯데 홍성흔(35)이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LG전을 앞두고 FA에 대해 양승호 감독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홍성흔은 올 시즌이 끝나면 2008년 겨울 이후 두 번째로 FA가 된다. 롯데에는 홍성흔 외에도 김주찬이 첫 FA 자격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 때문에 롯데 양승호 감독은 두 선수가 오는 겨울 FA 기회를 얻도록 ‘89경기 이상 출장·150일 이상 1군 등록’의 FA 조건을 채워줄 계획이다.

홍성흔은 9년이 지나야 얻게 되는 FA 자격에 대해 “FA 자격 요건을 갖추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했었다. 두산에 있을 때 심정수 선배께서 FA 대박을 터뜨리셨는데 당시 난 FA까지 4년이나 남아있어 정말 까마득해 보였었다”라고 예전을 회상하면서 “그 때는 포수를 맡고 있었고 포수가 흔치 않은 포지션이기 때문에 나름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정작 FA를 앞두니 포수를 못하게 되더라. 이번에는 내가 최초로 포지션 없는 FA로서 해외진출을 해볼까 생각중이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 말을 들은 양 감독은 “대만에 진출하는 게 어떠냐”고 홍성흔의 농담을 거들면서 “네가 한창 포수로 뛰었던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 때 비디오를 보여줘라”라며 웃었다. 그러자 홍성흔은 “내가 봐도 그 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완전히 다르다. 지금에 비하면 굉장히 말랐었다”며 “덩치 차이가 너무 커서 나를 영입하려는 팀이 믿지 못할 것이다”고 이내 해외진출은 무리임을 인정했다.
이후 홍성흔은 양 감독의 FA자격 요건에 대한 물음에 정확히 답했고 덕아웃을 지나가는 전준우를 향해 “FA 자격요건으로 치면 나는 두 번이나 경험하게 되는 말년병장인데 준우나 (손)아섭이는 FA까지 아직 5년이나 남은 이등병이다”며 “5년 후 뭐하고 있을지 감이 안 잡힌다”고 마치 말년병장이 이등병에게 전역일을 묻는 말투로 FA 계급론을 내세우며 농담을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홍성흔은 FA를 앞둔 김주찬을 향해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홍성흔은 “FA 자격 조건 때문에 날짜를 하나하나 계산할 수도 있는데 그러지 마라. 그저 매 경기 플레이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FA가 되고 보상을 받더라”라고 FA 선배로서 먼저 경험하고 느낀 점을 전달했다.
비록 포수 마스크를 내려놓았지만 홍성흔은 2009시즌 롯데 유니폼을 입은 후 타자로서 진일보했다. 꾸준히 3할 이상의 고타율을 유지함과 동시에 웨이트를 통해 힘을 키우면서 장타율 역시 두산 시절에 비해 수직상승했다. 지금까지 롯데 유니폼을 입고 404경기에 출장한 홍성흔의 기록은 타율 3할3푼7리 50홈런 283타점. 역대 최고의 모범 FA 사례를 남기고 있는 ‘말년병장’ 홍성흔의 두 번째 FA 행보 역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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