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강의 벽은 높았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새벽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 위치한 스타드 드 스위스서 열린 스페인과 평가전서 1-4로 완패했다. 한국은 다음달 4일까지 스위스 이베르동 레 방에서 전지훈련을 가진 뒤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위해 카타르로 이동한다.
스페인은 국왕컵 결승전을 치른 바르셀로나와 아틀레틱 빌바오 선수들이 평가전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1.5군으로 한국전 멤버를 꾸렸지만 막강화력을 과시한 끝에 한국에 4골을 퍼부었다.

내용면에서도 스페인은 한 수 위의 실력을 선보였다. 점유율 66대34에 슈팅수(유효슈팅)에서 20-5(8-2)로 크게 앞서며 무적함대의 위력을 보여줬다.
한국 격파의 선봉장 임무는 다비드 실바(26, 맨체스터 시티)가 맡았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서 맨시티를 44년 만에 리그 우승으로 이끈 실바는 이날 스페인의 날선 공격의 중심에 섰다.
실바는 비록 이날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날카로운 패스와 뛰어난 개인기를 바탕으로 완벽한 경기 조율을 선보이며 촘촘한 한국의 밀집수비를 공략했다. 실바는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슈팅수도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4개(유효1)를 퍼부으며 한국의 골문을 위협했다.
스페인 승리의 일등공신은 또 있다. 페르난도 토레스(28, 첼시)다. 지난 시즌 EPL서 후반기 막판 활약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토레스는 이날 경기를 통해 몸이 정상 궤도에 올라왔음을 증명했다.
토레스는 후반 12분 알바로 네그레도와 교체 돼 나갈 때까지 감각적인 선제 백헤딩골을 포함해 경기 내내 한국의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한국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중원의 마술사' 사비 알론소(31, 레알 마드리드)도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한국 공격의 1차 저지선 임무를 맡은 알론소는 이날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에도 적극 가담하며 스페인 공격에 힘을 실었다.
특유의 장기인 질 높은 패스와 대포알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공수 연결고리 임무를 완벽히 소화해 낸 알론소는 양 팀이 1-1로 팽팽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던 후반 7분 김진현 골키퍼를 완벽하게 속이는 페널티킥 골로 팀 승리에 발판을 놓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국전에 나선 스페인은 비록 1.5군이었지만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명실공히 세계최강의 모습을 보여줬다. 유로 2008과 2010 남아공 월드컵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최강의 자리에 오른 스페인이 유로 2012 우승컵마저 들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dolyng@osen.co.kr
베른=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