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1.93→0.00' 안승민, 시련 속에서 얻은 깨달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5.31 10: 40

평균자책점 11.93에서 제로. 시련 속에서 얻은 극적인 변화다. 
한화 3년차 우완 투수 안승민(21)에게 지난 4월은 악몽의 달이었다. 류현진에 이어 개막 두 번째 경기 선발로 나올 만큼 팀의 기대는 컸다. 그러나 4월 한 달간 5경기에서 승리없이 4패에 평균자책점 11.93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첫 풀타임 선발이었던 지난해 7승을 올리며 기대치가 높아졌지만 결과는 너무 실망스러웠다. 
선발등판한 4경기중 3경기에서 5회 이전에 난타당하며 조기강판돼 후유증이 컸다. 특유의 칼날 제구와 두둑한 배짱이 사라졌다. 선발진에서 제외돼 시즌 첫 구원으로 나온 지난달 29일 청주 넥센전에서는 투런 홈런을 맞고 공주고 18년 대선배 박찬호의 승리까지 날렸다. 자신감을 잃을 대로 잃은 상황. 하지만 5월부터 안승민은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구원으로만 나온 5월 12경기에서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제로라는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펼친 것이다. 12이닝 동안 안타 6개와 볼넷 4개를 내줬을 뿐 삼진 14개를 잡으며 1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유일한 실점도 비자책점. 지난 26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구원승으로 시즌 첫 승을 장식했고 그 이튿날에는 1점차에 역전주자를 두고 터프세이브로 데뷔 첫 세이브를 따냈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안승민은 "불펜은 짧은 이닝 던지다 보니 선발때보다 더 세게 던진다. 던질 때는 모르겠는데 나중에 TV로 투구 영상을 보니 생각보다 좋아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불펜 전환 후 안승민은 직구 구속이 140km대 중후반까지 나올 정도로 구위가 좋아졌다. 이닝당 하나 꼴로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힘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 
안승민은 마음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그는 "시즌 초반에는 너무 잘 하고 싶은 마음만 강했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에 뜻대로 되지 않았다"라고 털어놓았다. 주위의 높아진 기대치에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의 짐이 있었던 것이다. 한 번 꼬이니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는 그를 2군에 내리지 않았다. 1군에서 패전처리에 가깝게 기용하며 회복할 시간을 줬다. 
안승민은 "2군에 내려갈 수도 있었는데 감독-코치님께서 믿고 기다려주셨다. 이제는 오히려 마음 편하게 하고 있다. 잘 해야만 한다는 어려운 생각을 버리고 부담 없이 던지니 결과도 좋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배의 박찬호도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다음을 생각하라. 오늘 못해도 내일이 없는 게 아니다"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그렇게 안승민은 조금씩 회복했다. 
한대화 감독은 "안승민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지금보다 좀 더 올라오면 선발로 갈 것"이라고 했다.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결국은 선발로 커야 하는 투수다. 안승민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깨달은 것도 많다. 나 때문에 팀도 그렇고, 가족들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이제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시련을 통해 안승민은 한층 더 성숙해졌다. 젊은 날 고생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좋은 교훈이자 피와 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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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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