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을 골라내는 능력이 굉장히 좋아졌다. 야간 경기에서는 잘 못 친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제는 야간 경기에서도 잘 치는 선수가 되었다”.
1차 전지훈련 초기 허벅지 부상으로 아쉽게 조기 귀국해야 했던 좌타자. 그러나 국내 잔류군에서의 시간을 알차게 보냈고 선수 한 명의 이탈이 아쉬웠던 때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블 성열’ 이성열(28, 두산 베어스)이 앞으로 보여줄 스윙을 주목할 만 하다.
이성열은 지난 30일 잠실 KIA전에 5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1회 선제 결승 2타점 2루타 포함 3타수 2안타 2타점 1볼넷을 기록하며 팀의 4-2 승리에 견인했다. 올 시즌 이성열은 30경기 2할8푼6리 1홈런 11타점(30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선발 출장 빈도가 그리 많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분명 좋은 활약이다.

특히 이성열의 올 시즌 출루율은 3할8푼4리로 편차가 1할에 가까울 정도로 좋은 편이다. 24홈런을 때려냈던 2010년 삼진 136개(전체 2위)를 당했을 정도로 선구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이성열이지만 올 시즌에는 14개의 삼진과 함께 사사구도 10개를 얻었다. 이전까지 이성열은 LG 시절 받은 라식 수술로 인해 야간 경기에 약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던 타자다.
올해 초반부터 김진욱 감독은 제 기회를 확실히 얻지 못하던 이성열에 대해 아까워했다. 미국 애리조나 1차 전지훈련서 1월 말 경 부상으로 인해 중도하차할 때도 김 감독은 “정말 열심히 했는데 다쳐서 국내로 돌려보낸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라고 이야기했던 바 있다. 열흘 남짓의 미국 전지훈련에서 돌아온 뒤 이성열은 잔류군에 합류해 몸을 만드는 데 집중했던 대신 정신적으로 굉장히 강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캠프에서 중도 귀국한 것이 몸을 더 잘 만들어놔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 같다”라며 의연했던 이성열이다.
최근에도 김 감독은 이성열에 대해 “타격감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자주 출장 기회를 부여하지 못해 미안한 선수”라고 꼽은 바 있다. 그러나 주전 중견수 이종욱이 무릎 타박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라 이제는 두산 1군 엔트리에 외야수가 단 세 명에 불과하다. 내야수 윤석민과 허경민이 외야 겸업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 그만큼 이성열이 당분간 선발 우익수로도 자주 출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랜만에 결승타 등으로 활약한 30일 경기 후 이성열은 “그동안 홈경기에 약한 모습을 보여 여러모로 팬들께 죄송했는데 연승을 달려 기쁘다. 개인적으로는 언제 어디서든 팀이 어려울 때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이성열은 경기 후 단상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쑥스럽다’라며 부리나케 라커룸으로 들어가려했다. 이전에도 그렇고 그는 원래 굉장히 순박한 선수다.
이성열의 가장 큰 장점은 필요한 순간 호쾌한 한 방을 때려낼 수 있다는 점. 결승타 순간도 자기 스윙으로 공을 확 당겨 만든 우익선상 2루타였다. 올 시즌 득점권에서도 3할8푼1리의 탁월한 방망이를 보여주고 있는 이성열이 이제는 선발 라인업에 포진한 타자로서도 제 가치를 유감없이 뽐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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