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다. 완패다. 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말 그대로 평가전이지 사생결단을 내야 할 경기는 아니었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스위스 베른의 스타드 드 스위스에서 열린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1-4로 완패했다. 한국은 다음달 4일까지 스위스 이베르동 레 방에서 머물며 마무리 훈련을 한 뒤 카타르로 넘어가 9일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치른다.
완벽하게 밀린 경기였다. 스페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세계최강 다운 경기를 펼쳤다. 점유율에서는 65%로 경기를 주도했고, 슈팅수에서는 20개를 시도해 5개를 날린 한국을 압도했다. '역시나 스페인'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최 감독 또한 "스페인과 수준 차이를 느끼게 된 경기였다"고 실력 차를 인정했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애시당초 한국이 밀릴 수밖에 없던 경기였다. 한국이 주축 선수들을 가동하지 못한 경기였기 때문. 물론 스페인도 바르셀로나와 아틀레틱 빌바오 소속의 선수들을 기용하지 못했지만 한국이 좀 더 불리한 상황이었다.
한국은 지난 25일부터 스위스에서 전지훈련을 가졌다. 하지만 현재 22명의 선수들이 모두 모인 건 이틀 전에 불과하다. 첫 훈련을 11명으로 시작한 한국은 선수들이 제각각 모인 까닭에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고, 시차 적응 때문에 컨디션도 정상이 아니었다.
반면 스페인은 달랐다. 스페인은 이미 선수들이 모인 지 오래 됐다. 한국전에 앞서 세르비아와 스위스서 평가전을 가지기도 했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은 물론 호흡을 맞출 시간이 충분했다. 모든 것이 절정인 상태로 만나도 버거운 상대를 한국은 상대적으로 모든 면에서 불리한 채로 만난 셈이다.
최 감독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그는 "스페인전 결과로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우리의 조합을 찾아야 하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냥 없었던 일처럼 넘어갈 일은 아니다. 단지 1-4 완패라는 스코어를 기억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선수들은 스페인과 뛰면서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점이 무엇인지 떠올려 재차 반복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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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