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내용은 이해가 됐다. 하지만 투지가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스위스 베른의 스타드 드 스위스에서 열린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1-4로 완패했다. 한국은 다음달 4일까지 스위스 이베르동 레 방에서 머물며 마무리 훈련을 한 뒤 카타르로 넘어가 9일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치른다.
말 그대로 완패였다. 1-4라는 결과 만큼이나 내용적으로도 밀렸다. 점유율은 65-35, 슈팅수 20-5로 모든 면에서 스페인이 경기를 주도했다. 한국은 세계최강 스페인과 기량 차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을 구성하는 선수들은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이었다. 한국의 패배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기 때문에 충격은 없다. 최 감독도 "우리가 스페인전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남은 시간 동안 우리의 조합을 찾아야 하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며 스페인전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고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짚고 넘어갈 점은 분명히 있었다. 압박과 패스, 그리고 투지였다. 부족함을 보인 것을 반드시 보완해야 한국은 카타르와 레바논을 상대로 열리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을 넘어 본선으로 진출할 수 있다. 특히 언제나 정신력을 강조하던 한국에 투지는 반드시 필요한 항목이다.
이날 경기서 한국은 공격을 전개하던 중 스페인에 공을 빼앗기면 그 다음 움직임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때문에 스페인은 보다 더 수월하게 역습을 펼쳤다. 반면 한국은 뒤쪽의 수비진이 스페인을 막느라 허둥지둥했다.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전반전에는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페널티킥 골을 넣은 이후 한국이 동기와 집중력을 잃었다. 이때문에 스페인이 공간을 얻어서 계속 골을 넣을 수 있었다"며 한국의 문제점을 정확히 꼬집었다.
물론 세계최강 스페인을 상대로 역전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로서는 가져서는 안 될 자세다. 대표선수들은 개인을 위해 뛰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뛰고 있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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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